비효율성을 추구하는 교회
Posted 2013. 6. 9.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지금 다니는 나들목교회는 일 년에 두 차례 마을별 예배라 해서, 일종의 교구 연합예배
같은 걸 드린다. 60개가 넘는 가정교회가 대여섯 개씩 마을을 이루는데, 이 날엔 전체가 모이지
않고 마을에 속한 가정교회들이 수십 명씩 따로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우리 같이
집 근처에 가정교회가 없어 가정교회에 소속하지 않은 가족들을 미소가족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소강당에 모여 대표목사와 함께 예배드린다.
한두 번은 그리하다가 두세 번째 해에도 미소가족 티를 내면서 그 자리에 가는 게
마뜩찮아서 다른 교회 나들이하는 날로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번엔 분당에 있는
할렐루야 교회를 갔고, 이번주엔 경화여고 강당에서 모이는 광주사랑의교회를 다녀왔다.
할렐루야교회 나들이 (8/22/12)
광주사랑의교회 나들이 (12/15/10)
보다는 비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끝부분에
이 교회가 새로 교회당을 짓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던 일을 중단하고 이 학교 강당도 아닌
옛 교회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칫 매우 비효율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폭탄선언을 들었다.
이 교회의 속사정을 알 순 없지만, 일단 그 자체로 매우 반갑고 속시원하게 들렸다.
광주는 대중교통도 안 좋은데다가, 옛 교회당은 좁고 주차난이 불을 보듯 뻔해 불편이
당연히 예상되는데도 이런 결정을 한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용기가 가상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수와 크기를 중시하면서 속으로는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교회와 교인들의
오도된 상식을 거스르는 이런 뱃포는 어디서 나온 걸까.
어쩔 수 없이 운행하는 교회 버스도 폐차 될 날 기다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교회 올 땐
차 갖고 오지 말고 택시 타고 오고, 그게 불편하면 집에서 가까운 동네 교회 찾아가 그 교회를
부흥시키란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반가웠다. 충분한 능력이 되면서도
비효율성의 가치를 기꺼이 추구하려는 이 교회의 실험이 보란듯이 성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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