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교회
Posted 2012. 8. 22.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나들목으로 옮긴 후론 오랜만에 지난주 다른 교회 나들이를 했다. 광복절 지나 금토일 사흘간 천안에서 전교인 수련회가 있었는데, 작년에 갔다온 다음에 무난했지만 다시 가고픈 흥미를 느끼진 못해 올핸 일찍부터 안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안 가는 이들을 위해 2시 예배가 있었지만, 이참에 다른 교회 나들이를 해 보기로 하고, 분당에 있는 할렐루야 교회로 향했다.
이 교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잠실에서 남포교회를 다니다가 하남으로 이사한 94년에 다닐 교회를 찾느라 한 달 간 다닌 적이 있다. 지금은 볼티모어에서 교회를 개척한 내수동 이성주 선배가 부교역자로 있었는데, 젠틀한 김상복 목사님의 말씀도 좋았지만 계속 다니기엔 멀고 대치동 시절부터의 부르주아적인 분위기가 걸려 맛만 보고 왔다.
오랜만에 이 교회 나들이를 하게 된 데는 두 해 전에 새로 담임으로 부임한 김승욱 목사의 메시지를 직접 듣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오정현 선배가 개척한 남가주 사랑의교회 담임으로 있다가 김상복 목사님의 은퇴 공백을 메꾼 김 목사의 설교는 주일오후 집에 가면서 가끔 듣는 극동방송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명불허전(名不虛傳), 방송을 통해 설교와 커뮤니케이션에 탁월한 은사가 있는 걸로 짐작하고 있었는데, 허명(虛名)이 아니었다. 넓은 강단 앞쪽을 마치 사전에 줄로 재어놓은 것처럼 시종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마치 철학교수가 강의하듯 또박또박 능숙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원고를 완벽하게 외워 회중과 눈을 맞추고 전하니까 더 집중해 듣게 만든다.
절제되고 깔끔한 ppt를 비롯한 화면처리도 인상적이었는데, 한 번 참석한 예배에서 아웃사이더가 볼 수 있는 건 거의 설교나 예배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목회 리더십의 면모를 접할 순 없었지만, 하나를 보면 서너 가진 짐작이 됐다.^^ 교회나 개인의 유명세에 편승해 밖으로 불려다니지만 않으면 이 교회 교인들은 잘 양육되겠다 싶었다. 64년생이니까 아직 50이 채 안 된 젊고 유망한 목회자의 전도(前途)가 굴절되지 않으면 좋겠다.
이 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분당 숲속 한적한 터에 자리잡아 넓고 높다는 것. 고급스런 천장 조명이며, 130여 명의 성가대와 20인조쯤 되는 오케스트라가 자리 잡고도 널널해 보여 웬만한 공연장 무대보다 나아보이는 강단이며, 큰 기둥이 여기저기 서 있는 1층 로비는 이 교회의 공간 구조가 전형적인 교회당이라기보다는 무슨 공연장이나 컨벤션 센터 또는 쇼핑몰 같아 보이게 한다.
보통 교회당에서는 보기 어려운 에스컬레이터가 1층에서 2층, 2층에서 본당이 있는 3층을 오가는 것도 특이한 풍경인데, 단시간에 엘리베이터보다 많은 인원을 실어 나르려는 고육책으로 볼 수 있겠다. 노년층 교우들이 점점 많아지는 한국교회 추세로 볼 때, 설치할 공간만 있으면 고려해 볼만한 대안일 수도 있겠는데, 그 정도 여유 공간이 있는 교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으레 11시 예배일 줄 알고 갔는데, 예배 시간이 9시 50분과 12시라 주변 공터에 차를 대고 11시 30분쯤 느긋하게 들어갔는데, 1층 로비에서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둘러보다가 괜찮아보이는 겨울 점퍼를 하나 골랐는데, 놀랍게도 3천원만 내고 가져가란다. 1-2만원 정도는 받겠지 했는데, 파격적인 가격에 잘 입으시란 인사까지 받았다. 큰 교회 바자회라 다른 건가 모르겠다. 어쨌든 올 겨울에 입고 다닐 괜찮은 겉옷을 한 벌 장만했다.
지하 주차장도 꽤 넓고 두세 층은 되는데도 역시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예배시간대는 어느 교회나 주차 전쟁이 불가피한 것 같다. 예배를 마치고 나가려는 차와 다음 시간대 예배에 늦지 않으려 들어오려는 차가 서로 꼬리를 물고 엉겨 있어 주차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벗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분당에 온 김에 20분 정도 더 가서 용인 구성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란 코스트코 비슷한 마트 구경을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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