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쓸만한 책
Posted 2013. 8. 17.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등산이나 외부 모임으로 차를 안 갖고 다닐 땐, 오랜 습관처럼 배낭이나 작은 가방에 책 한 권을 골라 넣고 다닌다. 버스에선 잘 안 읽게 돼도 지하철에 오르면 앉든 서든 꺼내 읽은 지도 꽤 오래 됐다. 산에 가서도 정상 부근이나 하산길 적당한 지점에서 2, 30분 잠깐 독서의 삼삼한 맛은 안 해본 이들은 모를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보통 단행본이라고 부르는 신국판 사이즈의 책은 한 권이라도 갖고 다니기엔 조금 크고 무게가 나간다는 건데(나이를 먹으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늘 얇으면서도 읽을만한 책이 선택의 일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이럴 때 딱 들어맞는 괜찮은 책을 발견하고 그 재미를 쏠쏠하게 누리고 있다.
이름하여 작은 책, 포켓북, 손바닥만한 책 되시겠다. 소책자(Booklet)만한 사이즈에 단행본 두께다. IVP에서 낸 유진 피터슨 3종 작은 책 세트는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이 책을 먹으라> <한 길 가는 순례자> 이렇게 세 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일단 책 사이즈가 손바닥만해서 갖고 다니기가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추측컨대 어느 정도 팔려나간 인기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대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해 한정판으로 낸 특별보급판 세트 같은데, 얼마 동안 코스타 같은 청년학생들 모임에서 소개하기 편했고 인기리에 매진되곤 했다. 아쉽게도 작년에 확인하니 재고가 없다는 걸로 봐서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스페셜 에디션이 됐다.
손바닥만한 책이라고 해서 본문 글자도 미니어처 식으로 쬐그만 건 아니다. 사이즈만 줄였을 뿐 글자 크기는 단행본에 비해 크게 작지 않아 읽는데 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한 면에 넣을 수 있는 행수가 조금 줄어들어 220면 정도이던 책이 40면 정도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260면 정도면 그리 두꺼운 것도 아니다.
책이 작으니까 갖고 다니기 편하기도 하지만, 당연히 책값도 단행본의 반값 정도밖에 안 돼 여러모로 아주 실용적이다. 요 근래 이 크기 책들을 몇 번 갖고 다니면서 읽으면서는 아예 모든 책이 이만한 크기와 값으로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출판사 동업자들은 누구 죽는 거 보려고 이런 소리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홍성사에서도 양장본으로 권당 만원이 훨씬 넘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순전한 기독교> <고통의 문제>를 C. S. 루이스 클래식 베스트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작은 책 세트를 만들어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내놓았고, 낱권으로도 5-6천원대에 구할 수 있는데, 작은 책이라 또 언제 절판될지 모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서두르시길.
갖고 다니기 편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전에 단행본으로 읽었던 것을 작은 책으로 다시 읽는 느낌도 새롭고 얻는 것도 많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갖고 가서 두세 챕터씩 읽으니까 부담도 없고 여러가지가 새롭기만 하다. 이번에 내 서재를 둘러보니 내가 갖고 있는 책 가운데 가장 작은 건 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만든 김훈의 에세이집 <풍경과 상처>인데, 내가 읽기엔 글자가 너무 작아 그저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있다.
부디 IVP에서도 절판된 작은 책 세트가 다시 나오고, 존 스토트 책도, 필립 얀시 책도, 고든 맥도날드 책도 이렇게 만들어 주면 나부터 다시 열심히 읽는 것은 물론이고, 동네방네 다니면서 큰소리로 홍보해 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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