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Snap 4 - 기원
Posted 2013. 8. 1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이번 도쿄 여행에선 일본의 전통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우에노에서 가까운 아사쿠사의 센쇼지와 하라주쿠의 메이지신궁을 둘러봤다. 도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절과, 역시 시내 한복판에 넓은 공원처럼 숨 쉬고 있는 신사로, 일본적인 종교 행태랄까 일상화된 사람들의 종교심을 짧게나마 볼 수 있었다.
두 곳에서 내 눈길을 끈 건 미구찌라 크게 써 놓고 100엔을 넣는 작은 구멍과 숫자가 잔뜩 써 있는 칸이 많은 서랍장이었다. 100엔 동전을 넣고 육각형 산통을 흔들면 길다란 젓가락 같은 막대가 나오고, 거기에 적힌 숫자의 서랍을 열어 자신의 운명이 인쇄된 종이를 꺼내 확인한 다음에 그 건너편의 줄에 묶어 놓으면 절이나 신사의 좋은 기운을 덧입을 수 있다는 미신이랄까 점을 쳐 보는 곳이었다.
돈을 내고 해 보진 않았지만^^, 슬쩍 35번 서랍을 열어 보니 운세가 적힌 종이가 거의 한 가득 채워 있었다. 뽑기가 운을 결정하는 건지, 아니면 운이 그 번호가 적힌 막대를 잡게 하는 건지 선후관계가 불분명하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해 보는 것 같았다. 관광객들은 푼돈 내고 호기심으로 뽑아 보는데, 중국과 일본 사람들 말고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 한자 운세를 그냥 그림문자 정도로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철끈에 묶어 바람을 쐬게 한다. 사주 팔자는 주역에 기초하고, 주역은 동양철학의 기초라고 전에 학교 다닐 때 막 부임해서 한창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도올 선생한테 들었던 것 같다. 요즘은 예전 수유+너머의 고미숙이 이 방면의 책을 내 두어 권 사 두었는데, 앞 부분만 읽다 말았다.
미구찌는 사진은 찍었지만 솔직히 관심 없어 금방 뒤돌아섰지만, 메이지신궁 본전 앞에 기도하는 자세로 한참을 서 있던 여성에겐 오래 눈이 갔다. 무엇을 기원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단아하면서도 경건해 보이는 자세에서 비록 믿는 신은 다를지 몰라도 신 앞에 어떤 자세를 취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잠시 생각해 봤다.
'I'm traveling > Oisii Jap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시 오사카 나들이 (4) | 2016.04.21 |
---|---|
일본적인 것들 몇 가지 (2) | 2013.09.15 |
Tokyo Snap 3 - ktm tour 장사진 (4) | 2013.08.15 |
Tokyo Snap 2 - 일본 술 (2) | 2013.08.14 |
Tokyo Snap 1 - 니혼바시 골목 풍경 (2) | 2013.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