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인 것들 몇 가지
Posted 2013. 9.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올여름 짧은 도쿄 여행 중에 보고 느낀 것들 가운데 앞에서 다루지 않은 것들 몇 가지를 골라 봤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한자와 일본어를 크게 써 놓은 이런저런 등을 많이 보게 되는데, 고풍스런 느낌과 함께 좋게 말하면 전통을 지키고, 다르게 보면 변화를 좀처럼 수용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좋게 보면 꾸준한 거고, 다르게 보면 답답해 보이는 구석도 있는 것 같다.
기념품을 파는 길거리 상점 한 구석에 게다(下駄) 짝들이 단정하게 정열돼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즐겨 싣는 샌달 격인 게다는 두껍고 평평한 나무신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난다. 나무를 파서 만든 우리네 나막신과는 스타일이 달랐다.
남성용은 각이 진 나무판에 끈을 파란색 계열로, 여성용은 동그란 판에 빨간색 계열로 문양을 새겨놓았는데, 실제로 신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기념품으로 소장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다. 천 엔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있었다.
일본적인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책과 관련된 건데, 동경도서전이 열린 오다이바 빅사이트 1층 넓은 로비에는 벌써부터 내년도 도서전에 참여하는 출판사들의 부스 예약 현황판을 크게 세워 눈길을 끌고 있었다.
도서전 기간중에 접수 데스크를 두어 내년도 참가가 확정된 출판사들은 아예 부스 자리까지 지정하고, 그것을 도서전에 온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었다. 좋은 자리는 벌써 찼고, 상당수 부스가 속속 주인을 맞고 있었다. 조금 과하다 싶은 구석도 있지만, 홍보와 마케팅 측변에선 유용해 보였다.
이번 여행에선 서점 구경은 신주쿠에 있는 키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 한 곳만 했는데, 토요일 저녁시간대라 그런지 서점을 찾는 이들이 무척 많았다. 위치나 규모로 봐서 우리의 교보문고쯤 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둘러본 1층 잡지 코너와 신간 코너엔 글자 그대로 인파로 넘쳤고, 몇 개로 나뉜 계산대마다 길게 줄울 지어 서 있는 손님들이 많았다.
일본 하면 장인 정신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하다못해 지하철 안내요원만 해도 포스가 달랐다. 시노기타자와 역에서 승객들을 안내하는 역무원은 헬맷을 쓰고, 눈에 잘 띄도록 흰 장갑에 노란색 조끼까지 입고 반듯한 자세로 두 팔을 벌린 채 막 들어오는 열차를 조심하고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앞에는 소형 메가폰까지 메고 있는데, 이쯤 되면 이이의 장인 정신엔 그저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아사쿠사 거리를 걷다 보니 전통극에나 나올 법한 화려한 색상의 의상과 진한 화장을 해 약간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 사람 크기만한 홍보물이 작은 글자가 잔뜩 적힌 집 모양의 팻말을 들고선 작은 수레에 앉아 있다. 아마도 남자 다섯이 나오는 고전 가부키를 선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속을 감춘 일본인들의 또 다른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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