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알아서 한다
Posted 2013. 8.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외국에서 한글 안내판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는데, 흠 잡을 데 없이 잘 번역한 경우도 있지만, 종종 우리가 콩글리시 쓰듯 그 나라 사람들이 볼 땐 조금 어색한 표현도 있게 마련이다. 특히 띄어쓰기와 높임말이 있는 우리말을 외국 사람들이 제대로 옮기기는 사실 쉽지 않은데, 아사쿠사에서 재밌는 한글 안내판을 보게 됐다.
아사쿠사 센쇼지 앞에는 벤치 수십 개가 놓여 있는데, 작은 공원 같은 이곳엔 사람들이 와서 쉬면서 과자를 먹거나 물을 마시고, 비둘기들도 모이를 찾아 꾸꾸하면서 거니는 나른하고 한가한 풍경이 연출된다. 산책 나온 이들이나 관광객들이 비둘기 모이를 주는 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인기 있는 풍경인데,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친 경우가 있어 그걸 방지하려는 캠페인이 그림과 함께 4개국어로 크게 적혀 있었다.
4개국어 가운데 일어와 중국어는 띄어쓰기를 안 해도 잘 통하지만, 영어와 우리말은 제대로 띄어쓰지 않으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식으로 조금 우스운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게다가 한글을 잘 모르는 현지인이 썼는지, ㅂ자와 ㅁ자가 제대로 구분이 안돼 잘못 읽으면 미둘기에게 보이 주지 말라는 식으로 읽히기도 했다.^^
압권은 왜 모이를 함부로 주지 말아야 하는지를 비둘기가 말하는 것처럼 말풍선 속에 넣은 거였는데, 위에선 청유형이었던 것이 평어체를 써 반말하는 투가 됐다. 다 알아서 지가 먹을 만큼 먹으면 되는데, 관광객이나 산책 나온 주민들이 그저 재미로 모이를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적정 개체수 이상의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구구절절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코믹한 그림 한 장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해 준다는 것. 핵심만 표현하는 게 생각처럼 쉽진 않지만, 이 블로그를 비롯해서 평상시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좀 더 간단명료해져야 듣는 이들이나 보는 이들이 지루하지 않겠다는 작은 교훈을 얻었다. 근데, 이 포스팅도 은근히 길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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