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퍼지는 대나무 소원
Posted 2014. 1.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아열대 기후의 대만에선 대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집앞에 대나무를 잘라 소원을 적어 걸어놓은 곳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타이페이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조용한 마을 핑시(平溪) 쉬펀(十分)역은 천등(天燈) 날리는 기찻길 때문에 찾는 이들이 제법 많은데, 기찻길 옆에 있는 동네로 접어들자 집집마다 1층과 2층 사이에 대나무를 수십, 수백 개씩 촘촘하게 매달아놓고 있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두 개만 달아놓았으면 눈에 안 띄었을 텐데, 이렇게 열지어서 길게 주루루 달아놓으니 그 자체가 풍경이 됐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뭐라 써 놓았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평안, 축복, 재물, 건강 등이 써 있는 걸로 봐서 역시 사람 사는 세상 비슷한지 대개 잘 살고 잘 되고 잘 풀리길 기원하는 내용들이다.
개중엔 일본어와 영어도 보이고, 아이콘 그림도 보인다. 아쉽게도 한글로 써 놓은 건 미처 못 봤는데, 일일이 살펴보면 모르긴 해도 저 가운데 몇 개는 있지 않을까 싶다. 집 주인이 쓴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관광객들이 대나무를 파는 가게에서 사서 즉석에서 몇 자 소원을 적어 놓으면 나중에 적당한 위치에 걸어놓는 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걸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바람이 불면 서로 부딛히면서 소리를 내고, 그 바람결에 소원도 잠을 깨고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효과를 낸다고 믿는 시스템일듯 샆은데, 하여간 중국 사람들의 기발한 상술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우리네 산에서 산객들이 작은 돌을 쌓은 게 볼만한 돌탑을 이루는 것과 비슷한 민간 신앙이랄까 문화 현상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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