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산의 아우라
Posted 2013. 12.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타이페이에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북쪽 끝 단수이(淡水) 역에서 버스를 타고 홍모성(紅毛城)에 오르자 우리를 먼저 반겨준 건 강 건너편 산자락을 담고 있는 대형 사진판이었다. 사진 속에 누워 있는 산은 아주 높거나 산세가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완만한 산세를 보이는 평범한 산이었는데, 길게 누운 능선을 붉은 선으로 표시해 놓은 게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볼 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별다른 특색 없는 평범한 산이었는데, 아마도 산세가 불교의 관음 보살을 닮았는지 관음산이란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산세가 가파르거나 급하지 않고 완만해 편하게 보이기는 해도, 이쪽 방면으로는 별 지식이나 관심이 없어 암만 봐도 보살이 누워 있는 거로는 상상이 안 됐는데, 여기 사람들은 척 보면 아, 하는 산인 것 같았다.
잔디 광장에 들어서서 강 건너를 보니 사진 속의 산과 똑같은 산세가 부드럽게 펼쳐 있었다. 산이나 바위가 어떤 인물을 닮았다든지, 코끼리나 거북이 같은 동물을 닮았다든지 해서 이름도 그렇게 붙이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누가 봐도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 지역에서나 통하는 이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름을 그렇게 붙여서 그런지,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두 번 세 번 어디가 그런 거지 하며 조금 자세히 지켜보노라니, 아닌 게 아니라 그런 거 같기도 했다. 마치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에서 마음이 착한 사람만 임금님 옷울 볼 수 있듯이, 저 산을 보면서 누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당신은 착한 사람일 가능성이 100%다.^^
'I'm traveling > Joyful Taipei'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리 건설 (2) | 2014.01.19 |
---|---|
바람 따라 퍼지는 대나무 소원 (0) | 2014.01.01 |
금송화와 란타나 (2) | 2013.11.17 |
망궈빙 - 타이페이에서 꼭 먹어야 할 것(2) (2) | 2013.11.06 |
훠궈 - 타이페이에서 꼭 먹어야 할 것(1) (4) | 201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