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을 수 놓는 가을 담쟁이
Posted 2013. 10.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요즘은 지자체들이나 공원 관계자들도 안내판이나 이정표 같은 시설물 디자인에 꽤 공을 들여 확실히 예전에 비해 보기도 좋고 눈에도 잘 띄는 세련된 것들이 많아졌다, 운길산 수종사 등산로는 폰트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정감 넘치는 손글씨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볼 때마다 잘 만들었단 느낌을 준다. 물론 그 위에 남양주시가 표방하는 슬로시티 길에 쓰인 폰트는 영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아 보이지만.
아직 단풍철이 아니라 그런지 숲에서 이렇다 크게 눈길을 끄는 게 없는 가운데 고사목들의 움푹 파인 등걸 사이에 슬그머니 이사 와 자리 잡은 담쟁이들이 가장 먼저 초록을 버리고 황적색 단풍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원 재료와 밑그림이 좋아서인지 둘의 조합이 마치 노련한 원예가의 손을 빌린 것처럼 고풍스럽고 단아해 보였다. 바로 옆에는 원래는 한 뿌리에서 갈라진 듯한 나무에 진한 초록색 이끼가 덮여 절묘한 콘트라스트를 이루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많이 바스라져서 키가 줄어든 나무 등걸에 터를 잡은 담쟁이가 좀 더 진한 갈색으로 가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은은하고 신중하게 가을을 맞는 것도 보기 좋지만, 이렇게 너무 단정해 보이거나 꾸미지 않고 활발하고 과감하게 이것저것막그냥확그냥 자연미를 발산하는 것도 가을을 느끼게 하는 데 그리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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