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소리길 11가지 풍경(7) - 뭘 봐^^
Posted 2013. 11.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난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내는 강아지는 물론 고양이도 좋아해 길을 다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오면 일단 탄성을 지르면서 접근해 곧 친해진다. 난 저 멀찍이 서서 그저 눈을 꿈뻑이면서 아, 정말 개판이군, 하며 혀를 끌끌 찰 뿐이다.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앞에서 튀어 나왔는데, 내 눈엔 지저분하기 그지없는데, 아내는 뭔 소리냐면서, 귀엽다고 다가갈 태세다. 시골 강아지라 겁이 없어 한참을 눈을 마주치면서 마치 찍을 테면 얼마든지 찍어보슈 하는 것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꼭 뭘 봐, 하는 것 같았는데, 이눔아! 그건 내가 네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양평엔 소 사육 농가도 제법 보였는데, 농사용으로 한두 마리 있는 외양간 수준이 아니라 얼추 열 마리는 되고, 작은 송아지들까지 세면 더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물을 맛있게 먹던 녀석들이 우리가 지나가자 신기한 구경하듯 눈을 마주쳤다. 소가 만약 말을 한다면 충청도 식으로 길고 천천히 뺄 것 같다. 아따, 뭘들 보세유우~.
추수철이 지나자 논밭은 내년 농사를 위해 정리 정돈 중이었는데, 여름 내내 땡볕을 내리쬐면서도 군말없이 소임을 다하던 허수아비들 가운데는 장신 마네킹 아저씨도 있었나 보다. 수수하고 남루한 패션인데도, 기럭지와 인물이 좋아선지 눈매는 여전했다, 정면으로 응시했다간 차갑게 뭘 봐, 하며 냅따 소리지르면서 사이보그 춤과 함께 달려들 것 같아 가급적 눈을 마주치지 않고 후다닥 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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