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소리길 11가지 풍경(11) - 틈
Posted 2013. 11.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물소리길은 초반엔 마을길을 걷다가 중간엔 가벼운 산길을 오르내리고 후반부는 자전거 도로와 연결된 곳이 많다. 남한강 자전거도로에 올라서면 군데군데 가로등 분전함이 세워져 있는데, 눈높이 정도에 투명한 동그란 유리 눈깔 같은 게 있어 반대쪽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구체적인 용도는 모르겠지만, 꽉 막혀 있지 않고 틈이 있어 좋았다.
물소리길은 터널길도 한두 개씩 통과하도록 짜였는데, 2코스 중간 조금 못 미쳐 5백 미터 조금 넘는 기곡 터널을 지나게 된다. 어느 계절이든 어두운 터널을 걷는 재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바깥이 한참 더운 한여름에 땀을 식혀주면서 시원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터널길은 양쪽에 끝이 있어 어두움에서 빛으로, 밀폐됐다가 탁 트인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미지를 선사한다.
아스팔트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서 작은 틈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바람 불고 비가 흩뿌릴 때 주위에 있던 흙이며 작은 나뭇잎이며 잔가지들이 구르고 밀려 와 그 틈에 쌓이고 자리 잡았다. 더 신기하게도 그 작은 틈 사이에서 싹이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데서 자랄 수 있을까 하는 데서도 식물들은 기어이 뿌리를 내리고 시선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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