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Posted 2014. 3. 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올 삼월은 종로에서 맞았다. 삼일절에 토요일 오후까지 겹쳐 종로3가역부터 인사동, 안국동, 정독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종로2가 뒷골목들은 삼월과 새봄을 맞은 설레임에 가득찬 인파로 내내 붐볐다.
삼일절 맞은 서울 사람들 다 거리로 나온 것인 양 인사동 초입부터 거의 떠밀리듯 걷기 시작해 쌈지길에 들어서니 발 내딛는 곳마다 그저 앞뒤 인파에 채이지 않으려 흐르는 대로 걸음을 맡겨야 했다. 복도는 공항처럼 무빙 워크로, 계단은 지하철처럼 에스컬레이터로 자동 변신해 쌈지의 아기자기한 샵들 구경은 언강생심, 걷다 멈추다를 반복하면서 어서 다시 내려가 다른 동네로 건너가고픈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다른 날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거리의 악사들도 모처럼 대목을 맞았다. 모짜르트 아버지를 닮은 서양 중년 스트릿 아티스트가 바이얼린을 켜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기한듯 몇 곡 들어 주었다. 우리 악사였더라도 몰려들었겠지만, 바바리를 걸친 외국인이라는 게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문득 클래식 선율보다는 바네사 메이나 유진 박 풍으로 전자 바이얼린을 빠르고 신나게 켜댔다면 이 양반 완전 운수 좋은 날 대목을 맞았을 텐데 싶었다.
종로와 강남역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단 말을 듣고 언제 한번 구경가야지 했는데, 2차를 위해 종로2가를 걷다 보니, 눈에 들어왔다. 마침 일행도 모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 지하로 내려가 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섹션별로 잘 정리해 놓아 책 구경하기 딱이었다. 무엇보다도 젊은 친구들이 대거 들어와서 책 구경하는 풍경이 보기 좋았다.
dong님이 자주 간다는 한 잔에 만원 받는 하우스 맥주 집 계단을 내려가니, 아늑한 분위기에 청춘 남녀들이 이이삼사 자리를 잡고 주말 저녁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여섯인 우리가 앉을 자리는 기다려도 생길 것 같지 않아 아쉽지만 다른 데로 걸음을 옮겨야 했는데, 다른 기회에 둘셋이 가서 앉으면 맛보다도 분위기에 먼저 가볍게 취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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