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습 구혼 광고
Posted 2013. 12.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실려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광고들 외에 보통은 담임목사나 부목사, 직원을 뽑는다든지,
교회당을 새로 지으면서 장로나 권사 임직식을 한다든지 하는 행사 광고가 주종을 이루는데,
한쪽 코너에 실린 박스 광고가 제목부터 조금 색달랐다.
다름 아닌 배우자를 찾는다는 구혼 광고였는데, 그 내용이 조금 가관이었다. 이름과
나이는 물론이고, 학력과 직업, 신앙과 신장까지 적시한 건 좋았는데, 단점이 하나 있었다.
놀랍게도 결혼 3개월만에 이혼했다는.. 신자답게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당히 임하겠다는 걸 솔직하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 재밌는 건, 그 아래 열거하고 있는 배우자 자격 요건이었는데, 제법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고 있었다. 학력과 직장이 건실해야 하고 수도권 거주자여야 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어야 한다는 건 뭐 인지상정(人之常情)이려니 하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양친 부모가
살아 있어야 한다든지, 신앙의 가문에서 태어났어야 한다든지 하는 조건은 좀 웃겼다.
한 번 실패하긴 했지만 자신을 여전히 결혼 시장에서 그런대로 통할 수 있는 괜찮은
상품으로 여기면서, 상대도 어느 정도는 갖춘 유망한 카드여야 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계산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냐마는, 도대체 결혼을 뭘로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약간
어이가 없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연락처로 명시한 전화번호가 019로 시작한다는 것. 010 시대에
이런 번호로 시작한다는 건 이 광고가 77년생으로 방년 37세의 김 아무개 자매가 낸 게
아니라 그 부모 세대가 낸 것 같은 냄새를 피운다는 것. 오죽 급하셨으면 이러랴 싶기도
하지만, 잠시만요! 손님. 여기서 이것저것막그냥확그냥 이러시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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