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스 밥버거
Posted 2014. 1.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일 년 전쯤 사무실 근처에 봉구스 밥버거란 약간 촌스런 이름을 가진 작은 가게가 생겼다. 대학가나 학생들이 많은 동네마다 있는 프렌차이즈점이라는데, 햄버거라면 몰라도 밥버거라니, 딱히 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가만보니 여직원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사 와서 사무실에서 풀어먹길래 몇 달 전 야근하는 날 저녁에 한 번 가 봤다.
버거라는 이름처럼 은박지 포장한 게 꼭 햄버거 크기인데, 벗기면 이렇게 주먹만한 밥버거가 들어 있다. 위 아래로 김가루와 깨 소금 등으로 비빈 밥 패티를 두툼하게 깔고 그 사이에 햄, 치즈, 제육, 멸치볶음 등을 주문하는 대로 넣어 두툼한 밥버거로 파는 것이다. 김치와 참치 샐러드를 넣은 기본이 천5백원이고, 들어가는 토핑에 따라 3천원까지 다양하게 받는다. 웻지 감자 튀김과 쏘스는 다른 집 건데, 이렇게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버거에 웬 숟가락을 주는지 궁금할 텐데, 봉구스 버거는 햄버거처럼 손으로 들고 먹을 수도 있지만, 은박지에 싸인 채로 꾹 눌러준 다음 은박지를 벗겨내 펑퍼짐해진 것을 떠 먹으면 편하다.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니 밥솥에서 반 공기 정도씩 퍼서 틀 양쪽에 꾹꾹 눌러 담은 다음 한쪽 위에 각종 토핑을 넣고는 다른쪽 밥을 얹어 은박지로 싸 주면 끝이다. 밥 한 공기는 족히 들어가고, 김밥 한 줄보다 양이 많아 보인다는 게 중평이다.
장사도 제법 잘 되는 편이라 갈 때마다 한두 명씩은 기다려야 주문할 수 있고, 유치원 등에서 단체주문도 들어오는 모양이다. 가게는 아주 좁은데, 테이블 두 개와 창가에 기역자 다찌가 전부로 매장에서 먹는 손님들도 많이 봤다. 착한 가격에 실한 내용과 맛으로 손님을 끌어 바로 옆에 있는 한솥도시락과 막상막하 경쟁하며 성업중이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산에 갈 때 하나 넣고 가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몇 번을 가면서도 봉구스가 봉구네란 촌스러운 한국 이름인 줄만 알고 웬지 밥으로 만든 버거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생각하면서 속으로 킥킥거리곤 했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벽면을 보는데 뜻밖에도 맛있는 한입거리라는 뜻을 지닌 불어(BonGousse)라고 써 있었다. 스타일만 아니라 이름도 우리말과 영어와 불어까지 3개국어를 쓴 퓨전 상호였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식당 밥 (2) | 2014.02.18 |
---|---|
올림픽 망중한 (2) | 2014.02.15 |
약병처럼 생긴 커피 원두병 (2) | 2014.01.15 |
g가 만든 닭볶음탕 (2) | 2014.01.08 |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 (2) | 2013.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