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전후 아이젠
Posted 2014. 2.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함왕성지 능선 정상까진 길이 괜찮지만, 백운봉 정상 못 미쳐 쭈욱 이어지는 계단길은 눈이
덮이고 얼어 있을 때기 많기 때문이다. 올라갈 땐 아이젠 없이도 조심조심하면 되지만,
내려올 땐 아이젠을 신는 게 안전하기도 하거니와 건강에 좋다.
처음엔 얼음이 언 곳 오르내리는 데만 유용한 줄 알았는데, 낙엽이 덮인 곳도 여차하면
미끄럽긴 매한가지란 걸 알게 됐다. 서너 시간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꼭 두어 번은 잠깐씩
딴 생각 할 때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럴 때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도 아이젠이
꽤 도움이 되는데, 톱날과 체인 사이에 눈과 낙엽들이 덕지덕지 붙어 약간 묵직해졌다.
사실 안전하긴 해도 신고 풀고 털고 닦고 하는 게 귀찮아 배낭 속에 넣어 가도 안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사나사 계곡물은 얼지 않고 흐르는 곳이 많아 어느 정도 내려온 다음에 풀러서
계곡물에 두어 번 넣었다 뺐다를 반복 하면 천연 세탁이 가능하다. 깨끗해진 아이젠을 들고
십여 분 걷다 보면 자연 건조까지 되니, 이 산에선 안심하고 아이젠을 할 수 있다.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은 바닥이 환히 보일 정도로 맑고 잔잔한데, 한겨울 티 없이
맑은 계곡물에 지저분한 아이젠을 집어넣어 흙탕물을 일으키자니 잠시 주저하게도 되지만,
산길에서 묻혀 온 흙과 낙엽 그리고 곧 물로 변할 눈을 넣는 거니 못할 짓은 아니다 싶다.
더러워진 아이젠만 아니라 지친 마음까지 잠시 담궜다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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