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4) - 윤이상 기념관
Posted 2014. 4.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이번 여행에선 금호마리나콘도에 묵었는데, 마침 바로 옆에 통영국제음악당이 지난달에 문을 열었다. 새가 날아가는 듯한 멋진 건물인데, 매년 3월말에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린다고 한다. 통영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작곡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이다.
그런데 선생을 기념하는 음악당과 음악제, 기념관과 공원에 선생의 이름이 안 들어가 있어 조금 의아했는데, 한겨레 4월 18일 자 독자투고에 실린 사연을 읽어보니 통영시에서 선생과 관련해 엉뚱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서호시장에서 가까운 도천동에 기념공원과 함께 선생의 기념관이 넓게 조성돼 있는데, 현대적인 건물이며 나무를 경사지게 깔아놓은 옥외 공연장과 탁 트인 조경 등으로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서울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선생의 명성으로 봐서 찾는 이들이 제법 많았을 것 같은데, 남도의 조용한 항구 도시에 있어 오히려 운치를 더했다.
시설에 비해 고맙게도 무료인 기념관에 들어서면 1층엔 선생의 작품을 담은 음악 CD, DVD 등이 전시돼 있는데, 얼핏 보기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고 연주됐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옆엔 선생의 작품을 테마로 작성된 논문집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데, 음악도들 사이에 이 정도로 많이 연구된 분인지는 미처 몰랐다. 독일에서 현대음악을 한 선생의 작품 세계는 후학들에게 넘어야 할 산으로 굳건하게 서 있는 듯 했다.
선생의 작곡 노트와 악보가 몇 점 보이는데, 스코어를 볼 줄 몰라도 거장의 느낌은 맡을 수 있다.^^ 선생의 음악을 두어 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평소 클래식 FM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스타일의 음악들은 아니었다.^^ 선생의 필체는 유려하고, 악보는 유장했다.
한쪽에 선생의 연구실을 옮겨온 듯한 공간이 보였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책상 위엔 오래된 전화기 한 대, 수첩, 필기구 그리고 스탠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옆에는 실내 자전거와 타자기 등이 놓여 있고, 책상 뒤 벽엔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통영 앞바다 파노라마 사진이 걸려 있었다. 독일집에서도 저 사진을 걸어놓고 돌아올 수 없는 고국과 고향을 그리워 했던 걸까?
선생의 유품 가운데 눈길을 잡아끈 건, 오래된 여권 세 개와 작은 노트, 공책이었다. 둘은 한국 여권이고, 하나는 독일 여권이었다. 여권에서 국격이 느껴졌다면 너무 비약한 걸지 모르겠지만, 선생을 공안 사범으로 엮고 고난을 주고 끝내는 버린 조국은 참 초라해 보였고, 선생을 받아들이고 활동의 장을 제공한 독일은 의연해 보였다.
선생이 독일에서 활동했어서인지 흉상에선 베토벤 느낌이 언뜻 비쳤다. 방명록을 별로 안 남기는 편인데, 한 줄 안 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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