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데기 속
Posted 2014. 6.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속도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참지 못하고 들이대는 타입은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판이 벌어져 꽁으로 볼 수 있으면 몰라도 굳이 찾아나서거나 일을 벌리진
않는다. 성격이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판이 펼쳐지길 기다리기보다는 나설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 이런 건 영 어색하다.
속을 드러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이, 역지사지(易之思之)라고 남에게 내 속을 꺼내
보이는 게 좀처럼 생각하기도 어렵고 실행하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란 걸 보면 쉽게 짐작되고
수긍이 된다. 자신에게 대는 잣대는 지극히 까다롭고 인색하면서 남들에겐 까짓거 하면서
관대하라고 하는 것과 거의 매한가지일 터이다. 아마 나는 요이땅하면 서로 까자고 해도
못할 때가 많을 것이다. 어쩌면 별로 깔 게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산에서는 종종 나무의 속을 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생긴다. 나이테 같은 내밀한 속도
있지만, 두꺼운 껍데기가 벗겨나가면 아주 깊은 속까진 아니어도 평소 볼 수 없었던 나무의
속결을 보게 된다. 나무가 제 스스로 허물 벗듯 벗었을 리는 없고, 바람과 비 그리고 새와 곤충
등의 외부적 충격에 어쩔 수 없이 벗겨지고 떨어져 나가는 걸 허용했을 것이다.
막상 보게된 나무의 속은 겉과 별로 다르지 않다. 간혹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보이던 이미지와 보여주는 실상이 그리 다르지 않은 게 나무인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두꺼운 껍질 안에 있는 속을 들여다 보는 건 즐겁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는 나무가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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