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의 멋진 나무들(1)
Posted 2014. 7. 2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보통 기억에 남는 산, 그러니까 평범하지 않고 인상적인 산은 산세(山勢)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일단 압도적인 높이와 깊은 골짜기, 깎아지른 절벽, 물 많은 계곡이나 시내에 떨어지는 폭포까지 있으면 멋진 풍경을 선사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짬을 내서 혼자 또는 마음 맞는 이들과 자주 찾고 싶어진다.
요세미티는 워낙 빼어나고 이름난 국립공원인지라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어 처음 보는 순간부터 압도적이었다. 밸리(Valley)의 산책로에 들어섰을 때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하프돔을 위시한 봉우리들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불허전이 따로 없었다. 말 그대로 끝내주는 풍경이었다. 요세미티는 이 모든 것에 또 하나를 갖추고 있었다.
요세미티를 돋보이게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나무들이다. 세콰이어 나무들을 위시해 키가 크고 눈을 사로잡는 나무들이 트레킹 내내 함께해주었다. 고요한 숲길이라기엔 크기나 모양새에서 약간 어폐가 있고, 광활한 숲길을 걸었다고 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수백, 수천 년간 요세미티가 키워내고,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요세미티를 지켜오고 있는 나무들이 연출하는 풍경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면서 산과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요세미티에는 맑고 높은 하늘이 있었다. 나무들과 어울린 하늘 구름은 둘러보는 어디서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면서 어디든 누르면 사진이 됐다. 재작년 그랜드 캐년과 브라이언, 자이언 캐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국립공원의 구름들은 왜 다 이렇게 멋있는 건지 모르겠다. 웬만하면 2천 미터를 훌쩍 넘는 요세미티에서 나무들은 옆으로 가지와 잎을 늘어뜨리기보다는 위로 치솟으면서 하늘로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똑딱이지만 광각 24mm를 지원하는 내 디카는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벌린 팔을 모아주는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문제는 전기 시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요세미티 상황에서 보조 배터리 없이 며칠을 버티기엔 너무 찍을 게 많았다는 것. 자제하느라고 했지만 결국 트레킹 셋째날 아침 하이라이트 격인 하프돔에 오르자마자 배터리 아웃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기에 이른다.
요세미티에선 서 있는 나무들 외에도 누워 있거나 비스듬히 기울인 나무, 부러진 나무 모두 각각 제 역할을 했다. 도무지 치울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이네들의 자연 보호 정책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내버려둔 풍경이 또 다른 절묘한 풍경을 창출해 냈다. 그렇게 연출하려 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또 다른 풍경을 그려내고들 있었다.
거의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두지만, 트레일을 가로막을 정도로 쓰러진 나무는 어쩔 수 없이 전기톱으로 켜서 양쪽으로 당겨 최소한의 길만 내기도 했다. 쓰러진 나무의 덩치가 크니까 이렇게 놔도 흔들거리거나 구를 염려는 없어 보인다. 물론 이렇게 톱질을 한 나무는 잘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 중 제일 큰 편인 토니도 요세미티의 나무에 비하면 난쟁이였다.^^
산 위에서도 자랄 수 있을 만큼 자라던 나무는 수목한계선(Timberline)을 맞아 더 이상 자라려는 고집을 꺾고 자연에 순응한다. 그래도 풀 한 포기 자랄 수없을 것 같아 보이는 황량한 바위산에서 저 정도 높이까지 나무가 자라난다는 게 마냥 신기해 보였다. 요세미티가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평균 고도가 3,500 미터쯤 된다고 하는데,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3천 미터 가까이 돼 보였다.
요세미티의 나무들은 큰 키로만 내게 어필하진 않았는데, 우연히 눈길이 간 거대한 나무 밑둥에서 오래된 나무들이 어떻게 자라며 버텨왔고, 몇 년 또는 몇십 년 후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인지를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 순응해 낡고 바스러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 또한 아름답다고, 멋지다고, 보기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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