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의 좋은 친구 트레킹 폴
Posted 2014. 7. 2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토니가 갖고 다니는 Hiker's Bible 표지에는 하이킹 전반에 대한 각종 준비물과 장비들 수십여 종이 한눈에 펼쳐져 있는데, 이 모든 걸 다 갖추란 건 아니어도 백패킹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약간 전문적인 장비는 아니지만, 이번에 요세미티 백패킹을 하는 동안 정말 좋은 친구처럼 내내 함께한 게 있었는데, 트레킹 폴(Trekking Poles)이다. 우리가 보통 등산 스틱이라 부르는 것이다.
집에 있는 걸 가져갈 수도 있었지만, 짐이 될까봐 가져오지 말라면서 배낭, 침낭 등과 함께 Shiker님이 이웃들에게 빌려 놓은 걸 썼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등산할 때 스틱을 안 갖고 다니고 안 쓰던 차라 손에 익지 않아 처음엔 주저했는데, 며칠 요세미티를 오르내리고 걸어보니 트레킹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핵심장비였다.
일단 등에 맨 배낭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앉았다 일어날 때 힘을 주면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오리내리막이나 물길에선 먼저 짚으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었고, 타박타박 평지를 걸을 땐 가볍게 짚으면서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부수적으로는 양손에 짚고 서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그냥 엉거주춤 서 있을 때보다 훨씬 폼이 나는 것 같았다.
평소 거의 안 하고 다녀 어색할 것 같았지만, 걸음을 옮기면서 무거운 배낭이 몸의 일부로 여겨졌듯이, 팔목에 감고 내딛는 스틱도 금세 적응이 됐다. 이래서 등산할 때 사람들이 양손에 스틱을 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산에 갈 땐 조금 귀찮아도 챙겨 갖고 다니면서 하고 다녀야겠디 싶었다.
스틱을 잘 사용하지 않아 설정샷 티가 나는 나와는 달리 요세미티 러버들인 Shiker님과 토니는 언제 어디서나 그냥 짚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러워 보였고, 각이 살았다. 이번 트레킹의 베스트 샷 중 하나인 첫째날 오후 캐시드럴 피크를 멀리서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는 두 사람의 손에 스틱이 없었다면 조금 허전했을지 모르겠다. 셋째날 새벽 하프돔 등정을 앞두고 서브돔에 오르고 있는 토니는 설정샷이 아니다.^^
중간에 나무나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릴 때도 스틱은 요긴하게 쓰였다. 만약 스틱이 없었다면 저렇게 앉아 있다간 배낭 무게로 몸이 뒤로 재껴지기 십상이었을 것 같다. 스틱은 땅을 짚는 데만 쓰이지 않고 저 멀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도 요긴하게 쓰였다. 하프돔, 바로 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다.
스틱 용도가 또 하나 있었는데, 3박4일의 장정(長程)을 마치고 마지막 캠핑 장소인 요세미티 밸리에 도착했을 때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만~쉐이!를 외치면서 환희에 찬 인증샷을 남겼는데, 이 때도 매 순간을 같이 했던 스틱이 함께 들리면서 사실감을 더해주는 소품 구실을 톡톡이 했다. 이런 대접을 받기에 충분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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