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캠핑카 패션
Posted 2014. 7. 3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이번 요세미티 트레킹에선 나흘 밤을 캠핑을 했는데, 도착한 날엔 투올러미 메도우 캠프, 그리고 선라이즈 하이 시에라 캠프, 리틀 요세미트 밸리 캠프, 하프돔 등정을 마친 마지막날엔 요세미티 밸리 캠프장에서 안식을 취했다. 첫날 월요일 오후에 긴 트레킹을 마치고 도착한 션라이즈 캠프장 입구엔 환영한다면서도 야속하게도 목요일까지 물이 없으니 JMT(존 뮤어 트레일)를 하는 이들은 초원지대로 돌아가라는 안내말이 써 있다.
캠프장에 물이 없다는 건 식수로 쓰는 수도에서 물이 안 나온다는 걸 의미하는데, 다행히 이 캠프장엔 시내가 흐르고 있어 휴대용 정수 펌프를 가져간 우리는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물을 정수해 저녁 식사와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캠프장 입구에 마련된 화장실은 물이 필요 없는 푸세식이므로 그것도 감사.^^
트레킹, 아니 백패킹을 마친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 시간에 캠프에 앉아 쉬노라면 긴장이 풀리고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슬쩍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몸을 보온할 수 있는 긴 팔 옷과 편한 슬리퍼는 필수고, 토니 같은 멋쟁이는 모자까지 가져와 패션과 보온 둘 다 신경쓴다.^^ 야생(Wilderness)의 밤은 일찍 찾아오고, 짧은 독서와 대화 외엔 딱히 할 게 없어 일찍 잠을 청하게 된다.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곰통(Bear Canister)은 의자로 딱이다.
일찍 눈을 붙이니 캠핑장에선 아무리 몸이 곤해도 새벽에 눈이 떠지게 마련이다. 나는 Shiker님과 같은 텐트를 썼는데, 혼자 잔 토니는 부지런하기도 해서 늘 먼저 일어나서 산책을 하거나 풍경을 바라보거나 아침 준비를 하곤 했다. 결국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야 했고, 또 하루의 트레킹을 준비해야 했다.
마지막 캠프를 친 데는 밸리에 있는 너댓 개의 캠핑장 중 하나인 어퍼 밸리 캠프였는데, 우리처럼 백패킹을 하는 캠퍼들 외에도 가족 단위로 캠핑카를 갖고 와서 우리 관점에선 매우 럭셔리한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밸리에서 유유자적 쉬거나 당일 트레킹이 가능한 네바다 폭포까지 일정을 잡아놨을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좋은 먹을거리에 괜찮은 잠자리를 갖추고, 심지어 여기가지 와서 위성 안테나로 TV를 시청하는 - 아마도 메이저리그나 월드컵 중계 때문 아니었을까 싶은데 - 이들이 부러웠겠지만, 이번엔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우리를 부러워해야 했다. 작은 텐트에 있어도 이래뵈도 우린 JMT 첫 구간에 무시무시한 하프돔 등정까지 끝냈다고.^^
물론 크고작은, 이런저런 모양과 시설을 갖춘 캠핑카들은 새벽 산책에서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재밌기도 하고 실용적이기도 한 이들의 캠핑카 패션은 소박한 소형 텐트들 사이에서 다소 튀어 보이긴 했지만, 캠핑장에서 지킬 건 지키면서 서로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이들의 이런 다양하고 다채롭게 어울리는 문화가 흥미로웠다.
캠퍼들 가운데는 자동차 뒤에 자전거를 달고 오는 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토니도 그 중 하나였다. 새벽 일찍 일어나 꽤 멀리까지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모양인데, 이렇게 갈아 입은 모습을 보니 며칠간 옆에서 함께 걸으면서 느껴지던 여유와 건강한 멋이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You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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