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계명 - You Shall Eat Chicago Pizza
Posted 2011. 7. 1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Colorful Chicago
어떤 문장은 앞부분만 읽는 게 나을 때가 있다. 피자는 살고 죽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까지 말이다. 도대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니, 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시카고 피자의 최고봉 중 하나인 지오다노스(Giodano's)에선 실제로 그랬다.
너는 반드시 피자를 먹어야 할지니라! 이는 열한 번째 계명이니라.
You Shall Eat Pizza. 11th. Commandment.
그리고 하나님은 이 집 지오다노스를 창조하셨단다. 믿거나 말거나!! 처음엔 피자가 그게 그거지 뭐 이렇게 호들갑을 떤담, 하며 반신반의했는데, 사.실.이.었.다.
시카고를 찾는 사람들이 왜 지오다노스에 열광하는지, 도대체 그 맛과 모양이 어떤지 경험하기 위해 고픈 배를 참으며 기꺼이 끝이 없어 보이는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중간에 이름이 호명되면 피자를 주문하고 다시 기다리다가 드디어 테이블에 앉으면 35년 전통의 포스를 간직한 냅킨과 깨알같은 글씨로 다양한 메뉴를 소개하는 메뉴판이 반겨준다. 뭘 시켜도 맛있을 것 같다. 다행히 영어 메뉴판에 익숙한 폴모와 해인이 적당히 주문한다. 우리는 제일 작은 10인치를 시켰는데, 16인치도 있다.
폴모가 고른 그리스식 샐러드는 햄과 치즈가 듬뿍 나와 샐러드치고는 과해 보였지만, 셋이 나눠 먹으니 적당했다. 올리브도 몇 개 있어 풍미를 더했다.
폴모는 피자를 두 판 시키자고 했지만, 한 판만 시키고 라비올라를 먹어보자고 했다. 경험과 연륜이란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두 판 시켰으면 배 터졌을지도 모른다. 파스타 필이 풍기는 이태리식 만두 라비올라는 듬뿍 얹은 토마토 쏘스와 궁합이 잘 맞았다.
샐러드와 라비올라를 거의 해치울 즈음 드디어 피자가 나왔다. 대박! 완전! 지존! 어느새 인생 사는 동안 11계명을 충실히 지키겠노라며 피자교에 입문한 초신자들은 우걱우걱 궁극의 피자에 반쯤 정신줄을 놓았다.
모짜렐라 치즈를 도대체 몇 겹을 얹었는지 끈적거리면서도 이상하게도 입에서 녹는다. 폴모는 피망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하는데, 해인과 나는 토핑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짤라 입에 넣기에 바빴다.
20대와 30대인 두 친구는 조금 부족한 듯 남김없이 먹고, 이들보다 아주 조금^^ 연상인 나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외곽 도우 고갈비는 우아하게 남겼다. 내가 계산하려는데, 폴모가 자기가 오고 싶었다면서 아이폰 퀵팁 어플로 팁까지 셈한 다음 재빨리 계산해 버린다. 이런 ~ 센스쟁이 같으니라구.
그날 밤 늦게 호텔에 도착한 폴모와 해인은 점심 때 먹은 피자 생각이 간절하다며 내년에 다시 오자고 했고, 블로그 식구인 휘튼에서 만난 유진은 휘튼 근방에도 이 집이 있다면서 내년엔 거기서 먹자고 했다. 뜨아 ~ 그럼 나, 내년에 지오다노스 피자 두 번 먹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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