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5일장 - 옛날통닭과 콩쑥가래떡
Posted 2014. 8.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지난 토요일 몇 달만에 끝자리가 3일과 8일이면 열리는 양평5일장엘 다녀왔다. 혼자가 아니라 야매목장 식구들과 함께 했는데, 원래는 시장 곳곳을 쉬엄쉬엄 샅샅이 구경하며 노닥거릴 요량이었지만, 시장에 오면 시장해지기 마련인데다가, 마침 광화문에서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오는 lari님과 현승이(수줍은 아이 광장에 서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했던 dong님이 조금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주전부리부터 시작했다.
어디나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북적이는 데가 있게 마련인데, 이 시장에선 옛날통닭 파는 집이 그랬다. 서 있는 대기자가 10명은 족히 넘어 보였는데, 한쪽에선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이 파라솔 아래 간이 테이블에서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서 통닭을 뜯고 있었다. 기다리는 이들이나 스쳐 지나가며 바라보는 이들에겐 부럽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왜 이 통닭집에 줄을 서는 걸까? 맛이 없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을 리가 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값이 싸서다. 한 마리에 7천원이니, 치킨집에 시킬 때보다 반값밖에 안 해 이렇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이다. 사 갖고 가서 먹어도 좋지만, 즉석에서 조각내서 뜯어 먹는 통닭, 먹어본 지 오래됐다. 두 개의 커다란 튀김솥엔 큼지막한 타이머가 달려 있는데, 저 작은 소품이 은근히 권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통닭을 먹을 땐 보통은 절인무를 주는데, 이 집은 양파 피클과 절인 작은 고추를 주나 보다.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아도 통에 담겨 있는 것만 봐도 맛이 있어 보인다. 통닭도 통닭이지만 사실 이런 게 맛이 없으면 아무리 싸다고 해도 계속 생각나진 않을 것이다.
시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품목이 뭘까. 푸줏간, 생선가게, 야채가게 등 그야말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방앗간이 있는 떡집이 먼저 떠오른다. 어렸을 때 명절이면 가래떡 뽑기 위해 쌀을 이고 가야 했는데, 몇 번 해 본 기억이 있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쌀을 빻는 기계서부터 가래떡이 줄줄 뽑혀 나오는 기계들의 행렬은 얼마나 신기했던지.
양평시장에도 방앗간이 있고, 그 집 앞엔 떡 좌판이 열렸다. 떡집엔 으레 시식 코너가 있게 마련인데, 우리가 간 시간엔 보리떡을 잘게 뜯어서 내놓았다. 맛있는 떡은 금방 없어진다. 이 떡집에서 많이 팔려 나간 건 넓직한 인절미 콩가루판에 작고 얇은 쑥 가래떡을 던진 다음 한 바퀴 굴려 버무려서 적당량을 담아 한 팩에 2천원씩 파는 코너였다.
짬짜면 같은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인절미와 쑥떡을 한 번에 먹고 싶은 이들에게 딱 좋은 안성맞춤이었다. 한 조각 시식해 보니, 안 살 도리가 없었다. 고소한 콩가루 맛에 쫄깃한 쑥떡이 한 데 씹히니 환상적인 결합이었다.
두 팩을 사서 한 팩은 바로 뜯어 나눠 먹고, 다른 팩은 집에 계신 어머니 드릴 생각으로 들고 다녔는데, 부침개집-양근성지-양평에서 제일 가는 우리밀 국수집-조각 케이크가 맛난 밀토니아 카페로 이어진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놓고 온 건지, 짐이 섞였는지 안 보였다. 어쩌겠는가, 3일이나 8일에 한 번 더 가서 사 오고 다른 구경도 마저 해야지.^^
'I'm traveling > 하루이틀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평5일장 - 부침개 올림픽 (2) | 2014.08.29 |
---|---|
양평5일장 - 볏짚 계란 꾸러미 (3) | 2014.08.28 |
통영 여행(10) - 해안누리길 아침산책 (2) | 2014.04.26 |
통영 여행(9) - 오미사 꿀빵 (2) | 2014.04.25 |
통영 여행(8) - 별그대 찍은 장사도 (2) | 2014.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