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5일장 - 볏짚 계란 꾸러미
Posted 2014. 8.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양평시장에서 오랜만에 볏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를 봤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농사는커녕 논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대충 그러하겠거니 하고 짐작만 할 뿐 볏짚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자연히 이게 볏짚인지 보릿대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데, 그냥 통칭해서 지푸라기로 쓸까 하다가 볏짚이라 불러본 것이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분들은 단박에 뭔지 아실 것이다.
그래도 어릴 적에 어른들이 복조리나 지푸라기 인형, 가마니, 멍석 같은 걸 만드는 걸 어깨 너머로 본 기억은 어렴풋이 나는데, 이런 계란 꾸러미는 드라마에서나 봤다. 요즘은 짚풀 공예 배우는 곳도 있고, 이런 걸 파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가로는 계란이 들어가서 빠지지 않도록 길게 촘촘히 이어 묶었는데, 끝부분을 묶은 다음 한쪽은 안으로 집어넣어 양끝의 모양새를 다르게 했다. 세로는 칸칸이 파티션 겸 흐트러지지 않고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다시 묶어주고, 마지막으로 들고다닐 수 있도록 손잡이는 몇 겹으로 엇꼬아서 튼실하게 만든 것도 이채로웠다.
오랜만에 보는 물건인지라 하나 사올까 하고 가격을 물으니, 한 줄에 7천원이란다. 계란알이 왕란 정도로 굵어 보이긴 했어도(마트에선 크기에 따라 특란<대란<왕란 순이다) 10개 들이에 7천원이면 계란값 반, 짚풀 꾸러미값 반씩 친 모양이다. 조금 비싸 보이기도 하고, 시장 구경하면서 계속 들고 다니기도 번거로울 것 같아서 사진 않았다.
요즘은 계란 프라이나 계란말이, 계란찜, 삶은 계란을 해 놔도 아이들은 즐겨먹지 않는 시대가 됐는데, 그 옛날 계란도 귀하던 시절, 집안 어른이 장에 다녀오시면서 한두 줄 들고 오시면 식구들 모두 얼마나 반가웠을까. 이젠 계란보다 이런 볏짚 계란 꾸러미가 더 귀해 보이고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됐으니, 참 세월유수(歲月流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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