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고개 초가을 풍경
Posted 2014. 9.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추석 연휴 마지막날 아내와 하남과 광주의 경계를 이루는 은고개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벌봉까지 다녀오는 간단한 산행을 했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따스한 게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였는데, 중간에 싸 간 점심도 먹고, 쉬엄쉬엄 사진도 찍으면서 세 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완만한 숲길을 걷는 힐링 산행 코스였다.
산도 산이지만 등산로가 시작되기 직전에 있는 길가에서 초가을 풍경과 조우할 수 있었다.
수박보다도 큰 잎사귀들이 줄지어 달려 있는 건 추석에 먹은 토란인데, 토란은 까만 비닐 씌워
놓은 땅속에서 굵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솥뚜껑만한 토란 잎은 조금 두껍긴 해도 그냥 버리긴
아까워 보였는데, 먹는 건지 모르겠다. 맛있는 토란국을 왜 추석날에만 먹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토란국 아주 좋아한다.^^
그 옆에는 호박잎이 너울거리고 있었는데, 토란잎이 XXL 사이즈라면, 호박잎은 L쯤
돼 보였다.^^ 다른 데서라면 제법 커다란 잎사귀였을 텐데, 토란잎 옆에선 명함도 못 내밀
판이었다. 호박꽃은 겨우 한두 개 피어 있었고, 호박은 벌써 다 땄는지 보이지 않았다.
예전엔 가을의 전령으로 불렸지만, 몇 해 전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피어나 조금 의미가
퇴색하긴 했어도 그래도 가을 하면 여전히 떠오르는 게 코스모스다. 자주색 진한 코스모스가
바람개비와 프로펠러 날개 모양으로 활짝 펼쳐진 채 어느새 가을이 됐다고 바람편에 계절을
전해 주었고, 조금 더 때를 기다리는 녀석들은 꽃봉오리를 아직 펼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산 아래 작은 논에선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제법 숙이고는 있지만 추수는
아직 한 달 정도 있어야 할 듯 싶다. 여기도 경기도 땅이니 여주, 이천은 아니어도 이 벼들도
탈곡하면 맛 좋은 경기미가 될 것이다. 규모로 봐서 시장에 내놓을 정도는 아니고, 농사 짓는
식구들 먹을 정도는 나오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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