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돌과 작은 돌의 하모니
Posted 2014. 9.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남한산성엔 성곽들 사이로 남문을 위시해 사방으로 대문이 있고, 그 중간중간에 적의
관측을 피해 사람의 통행과 물자의 수송을 위한 작은 문 격인 암문(暗門)들이 나 있는데,
모두 16개가 있고,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은고개에서 벌봉 가는 길에 보이는 암문은
봉왕성 암문이고, 한봉 가는 길에 나오는 건 한봉성 암문이다.
암문을 이루는 성곽은 나즈막한데, 원래부터 낮게 쌓았는지, 아니면 축성 후 4백여 년이
지나면서 윗 부분의 돌들이 조금 떨어져 나가 그리 보이는 건지 확실치 않다. 요즘처럼 각이
지게 반듯하게 자른 것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대부분 사각형 형태를 유지하면서 삐뚤빼뚤
자연스럽게 자른 다음 크고 작은 돌을 적당히 맞춰 쌓아 오히려 보기가 좋다.
들어가는 쪽은 양쪽에 커다랗고 두껍고 반듯한 사각형 돌 두 개씩으로 설주를 이루는데,
높이는 2m는 족히 돼 보였고, 그 위에 길게 놓은 인방(引枋) 아래 폭은 그보다 조금 짧았다.
사람이나 수레가 통과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고, 바깥쪽에서 안쪽까진 3m 정도로
성 안이 약간 높은 비스듬한 구조였다.
견고하고 단정해 보이게 만든 바깥쪽에 비해 안쪽은 설주와 인방만 돌로 돼 있고,
주변은 흙으로 메꿔 놓았으며, 인방 위쪽엔 흙을 쌓고 그 위로 풀이 자라 성곽이란 느낌을
주진 않았다. 성이란 게 밖에서 볼 땐 위엄 있게 보여야 하지만, 안에 사는 이들에겐 성곽의
존재를 별로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는 걸 볼 수 있다.
암문 주위의 성곽에서 내 눈을 먼저 잡아끈 건 중간중간 박혀 있는 커다란 돌이었다.
길이와 높이 그리고 폭 모두 1m 가까이 되는 큰 돌 몇 개가 띄엄띄엄 마치 문양을 이루듯
박혀 있었다. 페루 쿠스코(Cusco)의 유명한 12각 돌만큼은 아니어도 이 돌들도 다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성곽을 이루는 돌들은 아무렇게나 끼워 맞춰진 게 아니었다. 단아한 아름다움을 주는
이 돌을 자르고 끼운 석공의 눈썰미와 예술적 감각이 대단하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성벽이나 성곽엔 크고 잘 생겨 번듯해 보이는 돌들이 좀 더 대접 받는 게 사실이지만,
가만히 보니 작고 못 생긴 돌들도 못지 않게 쓰임새가 있었다, 큰 돌들만으로 맞춰지지 않고
채워지지 않는 틈새가 군데군데 생기게 마련인데, 거기엔 영락없이 작은 돌들이 짱박혀
있었다. 그러니까 성곽은 큰 돌과 작은 돌의 절묘한 하모니로 수백 년 지탱되고 있었다.
그리고 성곽 위로는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돌 위에서 풀이 자랄 순 없었을 테고, 성곽
안쪽의 흙더미 속에서 피어나 담 너머로 키가 자라고 늘어진 것들이었다. 무채색 돌이 크기와
각도로 멋을 내고 꾸민다 해도 초록과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차갑고 딱딱하게만 보였을
텐데, 풀들이 자랄 틈을 내줌으로써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었다.
관측을 피해 사람의 통행과 물자의 수송을 위한 작은 문 격인 암문(暗門)들이 나 있는데,
모두 16개가 있고,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은고개에서 벌봉 가는 길에 보이는 암문은
봉왕성 암문이고, 한봉 가는 길에 나오는 건 한봉성 암문이다.
암문을 이루는 성곽은 나즈막한데, 원래부터 낮게 쌓았는지, 아니면 축성 후 4백여 년이
지나면서 윗 부분의 돌들이 조금 떨어져 나가 그리 보이는 건지 확실치 않다. 요즘처럼 각이
지게 반듯하게 자른 것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대부분 사각형 형태를 유지하면서 삐뚤빼뚤
자연스럽게 자른 다음 크고 작은 돌을 적당히 맞춰 쌓아 오히려 보기가 좋다.
들어가는 쪽은 양쪽에 커다랗고 두껍고 반듯한 사각형 돌 두 개씩으로 설주를 이루는데,
높이는 2m는 족히 돼 보였고, 그 위에 길게 놓은 인방(引枋) 아래 폭은 그보다 조금 짧았다.
사람이나 수레가 통과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고, 바깥쪽에서 안쪽까진 3m 정도로
성 안이 약간 높은 비스듬한 구조였다.
견고하고 단정해 보이게 만든 바깥쪽에 비해 안쪽은 설주와 인방만 돌로 돼 있고,
주변은 흙으로 메꿔 놓았으며, 인방 위쪽엔 흙을 쌓고 그 위로 풀이 자라 성곽이란 느낌을
주진 않았다. 성이란 게 밖에서 볼 땐 위엄 있게 보여야 하지만, 안에 사는 이들에겐 성곽의
존재를 별로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는 걸 볼 수 있다.
암문 주위의 성곽에서 내 눈을 먼저 잡아끈 건 중간중간 박혀 있는 커다란 돌이었다.
길이와 높이 그리고 폭 모두 1m 가까이 되는 큰 돌 몇 개가 띄엄띄엄 마치 문양을 이루듯
박혀 있었다. 페루 쿠스코(Cusco)의 유명한 12각 돌만큼은 아니어도 이 돌들도 다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성곽을 이루는 돌들은 아무렇게나 끼워 맞춰진 게 아니었다. 단아한 아름다움을 주는
이 돌을 자르고 끼운 석공의 눈썰미와 예술적 감각이 대단하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성벽이나 성곽엔 크고 잘 생겨 번듯해 보이는 돌들이 좀 더 대접 받는 게 사실이지만,
가만히 보니 작고 못 생긴 돌들도 못지 않게 쓰임새가 있었다, 큰 돌들만으로 맞춰지지 않고
채워지지 않는 틈새가 군데군데 생기게 마련인데, 거기엔 영락없이 작은 돌들이 짱박혀
있었다. 그러니까 성곽은 큰 돌과 작은 돌의 절묘한 하모니로 수백 년 지탱되고 있었다.
그리고 성곽 위로는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돌 위에서 풀이 자랄 순 없었을 테고, 성곽
안쪽의 흙더미 속에서 피어나 담 너머로 키가 자라고 늘어진 것들이었다. 무채색 돌이 크기와
각도로 멋을 내고 꾸민다 해도 초록과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차갑고 딱딱하게만 보였을
텐데, 풀들이 자랄 틈을 내줌으로써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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