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만난 가을
Posted 2014. 9.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토요일 오후 은고개 엄미리 계곡에서 산허리길로 한봉에 오른 다음 동문 가는 길에
들어섰다가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벌봉 가는 길을 만나 그 근처에서 놀다 왔다. 9월도
하순에 접어들기 시작해 산에서 놀기 딱 좋은 날이었는데, 가을이 성큼 오긴 했어도 아직
깊은 가을이 되려면 멀었고, 산성의 풍경은 대체로 여름색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을이 오긴 해서인지 빠알간 색, 그러니까 단풍(丹風)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해 반가웠다, 한두 달 지나 단풍과 낙엽이 한창이었다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계절을 선점한 희소성을 무기로 가을의 전령인양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무 뒤에서 일렬로
기어오르던 담쟁이들이었다. 다른 잎들은 여전히 푸른데, 한두 줄로 뻗쳐 나간 것들만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햇살까지 받으면서 시선을 독차지했다.
가을 분위기를 느끼면서 벌봉 가는 성곽길에선 한 무리의 가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꽃밭이 따로 없었는데, 쑥부쟁이들
같았다. 어쩌면 이리도 화사하게 피어올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히 밝히는 꽃동산이 됐을까.
군데군데 무너져내린 성곽이 뒷배경을 이루면서 졸지에 남한산성 제일의 포토존이 됐다.
산성의 가을은 성곽 중간중간에 뚫린 관측 구멍으로도 찾아 왔는데, 성곽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들도 하나 둘 갈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산성으로서의 원래 기능은 다했지만,
다른 데선 쉽게 보기 어려운 멋진 풍경을 이루기도 하고, 흙담 사이로 풀이 자라기도 하면서
산성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가을을 맞고 있었다.
들어섰다가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벌봉 가는 길을 만나 그 근처에서 놀다 왔다. 9월도
하순에 접어들기 시작해 산에서 놀기 딱 좋은 날이었는데, 가을이 성큼 오긴 했어도 아직
깊은 가을이 되려면 멀었고, 산성의 풍경은 대체로 여름색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을이 오긴 해서인지 빠알간 색, 그러니까 단풍(丹風)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해 반가웠다, 한두 달 지나 단풍과 낙엽이 한창이었다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계절을 선점한 희소성을 무기로 가을의 전령인양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무 뒤에서 일렬로
기어오르던 담쟁이들이었다. 다른 잎들은 여전히 푸른데, 한두 줄로 뻗쳐 나간 것들만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햇살까지 받으면서 시선을 독차지했다.
가을 분위기를 느끼면서 벌봉 가는 성곽길에선 한 무리의 가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꽃밭이 따로 없었는데, 쑥부쟁이들
같았다. 어쩌면 이리도 화사하게 피어올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히 밝히는 꽃동산이 됐을까.
군데군데 무너져내린 성곽이 뒷배경을 이루면서 졸지에 남한산성 제일의 포토존이 됐다.
산성의 가을은 성곽 중간중간에 뚫린 관측 구멍으로도 찾아 왔는데, 성곽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들도 하나 둘 갈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산성으로서의 원래 기능은 다했지만,
다른 데선 쉽게 보기 어려운 멋진 풍경을 이루기도 하고, 흙담 사이로 풀이 자라기도 하면서
산성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가을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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