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담쟁이 가을
Posted 2014. 10.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돌아오는 새로 발견한 길로만 다녔다. 가깝기도 하고, 가벼운 산행과 이어지는 산성 산책이
결합된 딱 좋은 코스였다. 벌봉과 한봉은 남한산성의 본성에 속하지 않고 외성에 있어서
그 동안 잘 다니지 않았는데, 한 달 걸어보니 나름 운치와 재미가 있었다.
산성의 제대로 된 가을 풍경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누백년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군데군데 무너지고 바스라진 성곽 언저리에 담쟁이들이 제일 먼저 붉게 물들면서 다가올
가을을 선보이며 예고하고 있었다. 저 단풍마저 없었다면 자칫 마른 흙더미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담쟁이들은 아무런 볼품이 없었을 텐데, 그래도 시절의 틈새를 타고
조금 앞서 물든 덕분에 지나다니는 이들의 눈을 끌 수 있었다.
보노라면 본격적인 깊은 가을은 한 달 이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직 산성 성곽 주변은
담쟁이만 빼곤 죄다 여름색 일색이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들 가운데도 키 큰
녀석들은 아직 가을색을 물들이지 않고 주변 나무들과 초록동색으로 어울려 빛도
좋고 볕도 좋은 나날들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차피 산성의 깊은 가을을 보고 누리려면 단풍나무나 은행나무처럼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에 딘픙이 들어야 하는데, 그건 11월 중순은 돼야 하니 그때까진 이렇게 소소한 가을을
맛보면서 기다려야 한다. 다른 산을 가지 않으면 당분간 매주 토요일 오후에 이 길을
오가게 될 것 같은데, 그때마다 조금씩 물들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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