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봉도 볼만하구나
Posted 2014. 10.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벌봉이란 재밌는 이름이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라도 가고 싶었고, 가는 길도 수월해 마루공원에서 출발하는 위례둘레길로나 은고개에서 올라가는 코스로도 여러 차례 갔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내게 벌봉은 이름값 못하는 별볼일 없는 봉우리였다. 병자호란 때 조선을 침공한 청 태종도 벌봉의 위세를 경계해 폭파시키라고 지시했을 정도였다면, 뭔가 한 방이 있는 봉우리일 텐데, 막상 올라가 보니 별 게 없었다.
성곽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성 안으로 난 길로도 갈 수 있는데, 벌봉 가는 길은 산성의 다른 길 못지 않게 아름답다. 성곽을 따라 가볍게 오르다 보면 바위가 보이고, 거길 지나면 양쪽으로 갈라진 커다란 봉우리가 보이는데, 이게 벌봉이었다. 그 동안은 안내판이 놓여 있는 안쪽으로만 가서 성곽 경계를 타고 오르는 바위를 벌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번 가서 관찰해 보니 성곽 안팎으로 붙어 있는 제법 큰 바위였다.
벌봉의 바위 높이는 얼추 10 미터는 돼 보이는데, 아래서부터 갈라진 틈이 커 보여 사람이 들어갈 순 있지만, 안은 막혀 있어 다가가서 기웃거리긴 해도 실제로 들어가는 이들은 없다. 갈라진 틈새 중간에 바위가 끼워 있고, 윗쪽은 바깥쪽이 보인다. 바위 양쪽에 오래 전에 새긴 듯해 보이는 커다란 한자 이름 석 자씩이 보이는데, 예나 지금이나 곱게 구경이나 할 일이지 왜들 그러나 모르겠다.
갈라진 바위 위가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 정상은 붙어 있는 안쪽에 무너진 성곽을 딛고 올라가게 돼 있다. 그러니까 벌봉의 바깥쪽은 높이와 폭이 10 미터가 넘는 천연요새이기에 벌봉을 가로질러 성곽을 쌓으면 그 위세가 당당할 뿐 아니라, 쉽게 넘어올 수 없는 지형 구조였던 것이다.
양쪽이 갈라진 것도 신기하지만, 바위의 중간쯤에 나무 세 그루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 단단히 서 있는 것도 볼만하다. 바위 틈새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와 꽃들은 언제 봐도 신기한데, 어떻게 저런 데다 뿌리를 내리고 잘 뻗어난 건지, 봉우리보다 더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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