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장경사
Posted 2014. 10.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대장경(大藏經)에 쓰인 藏經寺이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 長慶寺였다. 이름만 봐서는
경전과 관련된 절이 아니라, 인생들이 좋아하고 희구하는 바램(hilarity)을 붙인 절이었다.
안쪽 대웅전 앞은 계단부터 마당 앞을 작은 꽃화분들이 길게 장식하면서 꽃길을 이루고
있는데, 5천원씩 내면 화분마다 이름과 소원 제목을 써붙여 진열한다고 한다. 보통 아랫면에
이름과 소원을 써서 절간 지붕에 얹는 기와가 한 장에 만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둘 다
커피 한두 잔 싼 값에 이용하게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서체로 쓴 현판 글씨가 인상적이었다. 천장과 마루 사이 기둥마다 우리말과 칠언절구
한시풍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적어 놓았는데, 스님의 주례사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보기 좋았다. 전투적인 구호로 현수막을 걸어 놓는 교회들에 비해 한 수 위.^^
제지했다. 방문객들이야 저마다 호기심에 한 번씩 종을 울리고 싶겠지만, 그랬다간 절간의
수행자들이며 관람객들이 놀랄까봐 그런 것 같았다.^^
장경사는 조계종에 속해 있는데, 티벳 불교에서나 볼 수 있는 마니차가 마당 한쪽에
설치돼 있었다. 경통이라고도 부르는 이걸 돌리면 빙빙 잘 돌아가는데, 구리나 놋과 같은
재질에 새기진 않고 그냥 불경을 복사해 비닐을 씌워 놓아 크게 볼품은 없었다. 그래도
다른 절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신기한 풍경이었는데, 한 바퀴 돌릴 때마다 불경을
한 번 읽었다거나 기원한 게 바람결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절 마당 중앙에 10층 가까운 석탑이 서 있었다. 원래부터 저런 모습었는지, 아니면
복원하는 과정에서 저 모양이 됐는지 모르지만, 재질이 현대적으로 보여선지 고풍스런
느낌은 안 났다.
산성 일주도로 옆에 있는 동문에서 가깝고, 주차장도 넓어 찾는이들이 제법 됐다.
산성 안에는 모두 10개의 사챃이 있는데, 좀 더 들어가면 망월사가 있다. 장경사는
산성을 일주할 때도 지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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