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팍 초가을 풍경
Posted 2014. 10.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걸을 계획이었으나, 세상에나! 연휴 첫날 팔당대교와 중부고속도로 타려는 차들로 아침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지지 않던 차량 행렬들이 오후가 되도록 미사리부터 하남 일대가
꽉꽉 막히고 도통 움직일 생각들을 안 하는 바람에 올팍(올림픽공원)으로 급변경했다.
연휴에 산도 아니고 서울시내 공원이라니 조금 싱거웠지만, 3시쯤에 네 가족이 모여
공원 여기저기를 걸으면서 밴드 공연도 보고, 청춘들의 데이트 행렬과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 구경하면서 먹거리와 함께 중간중간 쉬면서 나누는 대화가 재밌었다. 그러는 가운데
내 눈을 잡아끈 건 올팍의 자연 풍경들이었다. 호수에 떠 있는 개구리밥들이 가을색을
띠면서 형형색색 빛나고 있었다. 그냥 봐도 멋있고, 망원으로 당겨봐도 근사했다.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호수 수면에 반영되는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계절을 잘 맞춰 왔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단풍이 들면 더 멋진
풍경을 선사할 것 같은데, 건너편 낮은 언덕 위 벤치와 풀밭엔 멋진 포즈를 취하는 커플들과
셀카족들이 아예 날을 잡은 것 같았다.
단 애드벌룬이 군데군데 두둥실 떠 있었다. 마침 늦은 오후 하늘이 석양을 받아 몽환적인
색조를 연출했다. 열기구가 있으면 타고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싶은데,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강동의 도심이라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빈도에 따라 몇 개의 다른 풍경을 그려냈다. 마침 달까지 뜬 늦은
오후의 어느 산책로는 지나는 이가 없어 담백한 그림을 보여주었다.
날이 저물고 저녁이 찾아오면서 가족 단위로 온 이들은 하나 둘 귀가를 서두르고 공원의
밤에 어울리는 연인들 또는 삼삼오오 몰려 온 청춘들로 멤버 체인지를 했다. 올팍에서 유명한
나홀로 나무, 일명 왕따나무가 있는 산책로 능선 위에선 걷거나 점핑샷을 날리는 친구들이
순례 행렬이라도 되는 양 대오를 이루고 있었다. 멀리서 잡아보니, 내 사진에선 별로 찾기
어려운 흑백톤 느낌이 나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그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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