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아와니 호텔
Posted 2014. 10.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
올여름 요세미티 백패킹을 하면서 캠프장 네 곳에서 하루씩 텐트를 치고 잤지만, 국립공원인 요세미티 안팎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그 중 아와니(Ahwahnee) 호텔이 멋지다기에 마지막날 저녁에 구경 갔다. 1927년에 오픈해 123개의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은 이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을 Ahwahneechees라고 부른 데서 이름이 유래됐고, 하프돔을 비롯해 글레이셔 포인트(Glaicer Point), 요세미티 폭포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듣던대로 과연 멋진 경관을 자랑할만한 호텔이었다. 중후하면서도 안정된 외관부터 눈을 끄는데, 넓은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투숙객과 방문객들이 대화의 꽃을 피우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은 요세미티 봉우리들의 해질녘 장관(莊觀). 아무 때나 봐도 멋지지만,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 바라보는 봉우리들은 다른 데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스티브 잡스 전기엔 여기서 로렌 파월과 결혼식을 올리고, 하객들과 하이킹을 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아와니는 호텔 앞 잔디밭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끝내주고 멋있었지만, 로비 옆에 있는 고급스럽고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라운지(Great Lounge)를 투숙객 아닌 방문객에도 개방해 편한 자세로 멋진 소파에 둘러앉아 백패킹 국후담을 나누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단순히 고급숙박시설로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하게 하지 않고, 오래된 역사 자료와 공공 자산으로 개방하는 여유와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소파와 테이블, 책상과 의자, 카페트와 조명 등이 똑같지 않고 저마다 개성과 품위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라운지는 호텔 로비를 지나 안쪽에 있어선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용객들이 그리 눈에 띄진 않았다. 하긴 요세미티란 대자연에 왔으니 실내에 머물기보다는 바깥을 걷거나 호흡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었을 테다.
라운지 옆 방엔 산악지대인 이곳에서 겨울철 필수품이었던 스키와 설피가 벽에 전시돼 있고, 오래된 흑백 사진들이 액자에서 옛날 모습을 전해 준다. 고풍스런 벽난로 위엔 인디언풍의 문양이 걸려 있어 이곳의 원주인들을 상기시킨다. 한여름의 요세미티만 보고 갈 뻔 했는데, 겨울철 이 동네 풍경이 어떨지 살짝 짐작하게 해 주었다.
라운지를 개방하면서 별다른 주의사항은 볼 수 없고, 그저 알아서 매너를 지키고 시설을 보호해 달라는 점잖은 안내판을 한쪽에 걸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금지-주의를 남발하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거나 기껏해야 돈질이나 하면서 위압적인 문구로 싼티를 내고 교양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보다 이런 게 은근히 파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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