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산세 Cathedral Peak
Posted 2014. 10.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1869년에 캐시드럴 피크(Cathedral Peak)에 처음 오른 존 뮤어(John Muir)는 그 감흥을 자신이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교회에 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대성당봉에 올라 보니 그 아래 내려다 보이는 요세미티의 다른 봉우리들은 눈에 안 찼다는 말인지, 아니면 대성당 관할 아래 있는 크고 작은 성당들로 보였다는 말인지 제대로 옮겼나 모르겠다. 어쨌든 그 봉우리에 오르진 않았어도 그 둘레를 걷고 조망해 본 바 그가 말한 의미를 조금은 알듯 싶었다.
투올러미 메도우(Tuolumne Meadow)에서 출발해 경사가 급하진 않았지만 오르막길이 이어지는 동안 왼쪽 옆으로 커다란 바위산이 오전 내내 우리와 함께했다. 첫날부터 가는 비가 흩뿌렸는데, 한참을 더 걸으니 산의 윤곽이 드러났다. 3천 미터가 넘는 산이라 초목한계선을 지났는지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는데, 보이는 구간은 올라가 볼만해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걸음을 옮기면서 봉우리들의 풍경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법한 날카로운 뾰쪽산이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으~ 저 비현실적인 산세. 이 산 장난 아닌데, 저런 델 존 뮤어는 어떻게 올라갔을꼬. 저 봉우리가 정상부인지 확실치 않지만, 내가 가진 요세미티 공원에서 받은 공식 안내 지도에는 3,335m로 나오는데, 자료에 따라 조금씩 높이가 다르다.
좀 더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니 뾰족했던 봉우리가 어느새 쌍봉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랍쇼! 이거 재밌는데. 둘 사이를 미끄러지듯 오르내리면 스릴 넘칠 것 같았다(물론 매우 아찔하고 어지럽긴 하겠지만^^). 이렇게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니 아무래도 이 봉우리에 대한 판단은 보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좀 더 걸어 작은 호수가 나오는 지점에서 돌아보니 이번엔 좌우로 다른 능선을 거느린 산세(山勢)가 드러났다. 이렇게 보니까 제법 근사해 보였는데, 존 뮤어를 위시해 많은 이들이 올랐을 텐데, 어느 쪽이 주등산로인지 모르겠다.
다시 얼마를 걷다가 돌아보니, 오메~ 이번엔 봉우리들이 완연한 뫼 산(山) 자를 이루고 있었다. 이거 정말 재밌는 산이로군, 한자의 기원이 혹 요세미티? 같은 뚱딴지 같은 생각이 밀려오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밥 먹을 시간이 됐나보다.^^
캐시드럴 호수 등산로(Cathedral Lakes Trail)에서 내가 본 최종판은 아래 사진인데, 대성당봉이 왼쪽 봉우리인지 오른쪽 봉우리인지 한 번 스쳐 지나간 나로서는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정말 멋지고 끝내주지 않는가?
- 사실은 여행을 갔다 와서 바로 사진을 올려놓고 포스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존 뮤어가 한 말에 대한 해석이 조금 자신 없고, 대성당봉이 어느 봉우리인지 확실치 않아 계속 날짜만 바꾸고 미적거리면서 석 달 넘게 끌었다.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둘 다 Shiker님이 도와주셔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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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반하셨으니 이제 곧 네팔에 계시다는 소식이 오는 것 아닙니까? 살짝 맛만 본 호수 풍경도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으면 상당히 괜찮을 듯 싶습니다.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을 시켜도 무방할 풍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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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성당봉을 비롯해 요세미티의 봉우리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장관, 아니 대통령이었죠.^^
2, 3천 미터대의 빼어난 봉우리들만 아니라 멋진 호수도 여럿 있다는데, 이번엔 제대로 못 봤습니다.
사나흘 백패킹하며 맛본 요세미티는 1/100도 채 안 됐겠지만, 그래도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히말라야나 알프스는 또 다른 산세로 등산객들을 불러모을 텐데, 저는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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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세번째 사진이 주봉이죠. 존 뮤어가 한 말은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그저 교회에 다녔을 뿐이고 여기서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났다로 알고 있어요.. ^^
한국말로 번역된 것으롤 존 뮤어가 쓴 "요세미티와 함께 한 여름"인가 하는 책이 있는데 자연예찬론자인 존 뮤어를 보자면 신앙적인 표현이라기 보다는 소위 자연속에(일반은총) 드러나 하나님을 표현한 것이지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유진 피터슨의 어느 책에선가 존 뮤어가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들어간 있던 여름에 폭풍우가 불던 밤, 머물던 통나무 집 화로에 마른 장작을 잔뜩 넣고(우리는 대부분 여기서 밖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안에서 책읽으며 사색에 잠겼다를 상상하거나 기대하죠) 밖으로 나가 나무로 기어 올라가(대표님이 찍으신 그 수많은 나무들 중 하나겠죠? ㅎㅎ) 밤새 폭풍우를 온 몸으로 느끼며 매달려 있었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 산, 옆에 끼고 내내 바라보기만 했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유진 피터슨이 존 뮤어를 언급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요. 저는 읽었어도 존 뮤어도 모를 때고,
요세미티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이루는 것도 모를 때라 역시 건성으로 지나쳤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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