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생각
Posted 2010. 6. 26. 08:56,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살면서 큰 욕심은 아니어도 몇 가지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어찌 보면 굳이 욕심이라 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화된 것들인데, 그 중 하나가 커피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2-3잔은, 그것도 가능하면 머그잔에 가득 내린 걸로 꼭 해야 한다.
이쯤 되면 커피홀릭으로 갓 볶은 원두나 좋은 기계로 내리나 보다 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원두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1만원대의 1kg 대용량이나 선물 받은 거면 족하고, 갈아 있는 것들도 무방하다. 그래서 가끔 출장 갔다 오는 가방엔 그 지역 마트에서 저렴한 걸로 희희낙낙 구입한 이름 생소한 원두커피들이 몇 개씩 들어 있게 마련이다. 커피 머신은 요즘 유행하는 것들 아니어도 가정용 브라운이나 필립스면 대략 만족이다.
대개는 혼자 마시는데, 저녁 때나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마신다. 커피 질은 양보할 수 있지만, 양은 도통 양보가 안 된다. 머그잔에 거의 흘러넘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식당의 종이컵이나 에스프레소 잔은 애시당초 사양이다. 도무지 감질나서 안 된다.
신혼 시절부터 커피 당번을 아예 도맡아 하고 있어 사무실에서나 어디 가서도 가급적 커피는 직접 내리거나 타는 편이다. 일하다가 커피 생각이 나면 혼자 커피 갈아 물 받아 내려 마시는 게 속도 편하고 맛도 좋다.
결혼 후 몇 년 간은 믹스 커피를 홀짝거리다가 여행 자유화 이후 단기선교가 활발해진 1990년 1월에 방콕에 갔다가 당시로서는 무척 귀하고 비쌌던 바나나를 선교사들이 무제한 리필하는 바람에 앉은자리에서 대여섯 개씩 먹다가 커피의 단맛을 버리고 아메리카 스타일로 전향했다.
별다방이나 콩다방 커피는 같은 아메리카라도 내겐 진한 맛이라, 별로 땡기질 않는다. 오늘의 커피라고 내는 것들도 내 입맛엔 다소 진한 편이다. 바닐라 프렌치 향이 약간 가미된 원두나 헤이즐넛 같은 게 있으면 해피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다.
한 잔의 커피를 다 마시는 데는 보통 5분이나 10분쯤 걸리는데, 요즘은 반쯤 마시다 잊고 있다가 다 식은 커피를 단번에 사약처럼 들이키기도 한다. 그러니까 커피에 대한 내 취향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자기류가 있다는 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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