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패키지
Posted 2010. 8. 9. 13:32,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지난 일 년 가까이 주말 고정 스케줄이 하나 생겼다. 토요일 저녁이나 주일 저녁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들과 사우나에 갔다가 감자탕을 먹는 일이다. 사우나가 메인이고 감자탕이 부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아무튼 꼼짝없이 두 시간여를 여기에 들여야 한다.
산에라도 갔다 온 날이면 어차피 씻어야 하니까 사우나가 편하지만, 감자탕 같이 잘 땡기는 음식은 기껏 땀 흘려 뺀 살을 원상복귀시키기에 조금 망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녀석이 이 패키지 코스를 좋아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습관처럼 다니고 있다.
조마루 감자탕에 가서 녀석이 "탕 두 개요!" 하면 겉절이와 큰 깍두기, 양파와 고추, 된장과 쏘스 간장, 그리고 뼈 담을 대접과 덜어 먹을 각접시가 나온다. 감자탕엔 큰 뼈다귀가 두 개씩 들어 있는데, 살점이 많을지, 살이 잘 발라질지는 복불복이다. 녀석은 항상 아빠한테 살점이 많이 붙은 게 간다는 게 불만이다. 젓가락질이 서툰 녀석을 위해 늘 반 개는 덜어 주고, 밥도 반 공기 정도 덜어주면 그제야 희색을 띈다.
나는 뼈에 붙은 살보다도 우거지와 콩나물 그리고 들깨 가루 얹은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에 끌리고, 녀석은 일단 살점 발라 먹는 걸 서로 우선으로 친다. 전골이 아니라 이렇게 탕으로 시키면 물론 감자는 하나도 안 들어 있어 이게 무척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는 한 끼는 우리 부자의 위켄드 스페셜, 소박한 행복이다.
녀석의 소박한 소망 중 하나는 감자탕을 시킬 때 사이다를 같이 시키는 것이다. 사우나 후에 톡 쏘아주는 맛이 그립기 때문이다.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시켜주는데, 그럴 땐 기분이 무척 업 되는 걸 옆에서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소망은 엄마와 누나도 같이 와서 다른 테이블처럼 전골 대자를 시킨 다음 밥을 볶아 먹는 건데, 이건 분위기도 좋지만 아마도 적게 먹는 엄마 몫의 뼈를 챙길 수 있을 거란 나름 깜찍한 계산 때문일 것이다.
감자탕집의 대미는 식사후에 퍼먹는 아이스크림에 있다. 숟가락으로 콘을 만들어 먹는데, 녀석은 기본 세 번이고 네 번도 먹는 것 같았다. 나도 한 번쯤 예의상 큰 콘을 만들어 먹는데, 두툼하게 높이 쌓아 먹는 신공 묘기 앞에 동네 꼬마 녀석들의 부러운 시선을 종종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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