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백
Posted 2015. 3.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우리나라 혼례에서 가장 특색 있는 순서는 폐백(
보이는 한자는 둘 다 비단이란 뜻이다. 원래는 시아버지(舅)와 시어머니(姑)가 들어간
현구고례(見舅姑禮)라 하여 허니문 격인 신행(新行)을 마친 신부가 시댁 어른들을
처음 뵈면서 절을 드릴 때 드리는 예물을 폐백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둘을 합쳐
그냥 폐백이라 부르는 것 같다.
혼례 예식 자체가 많이 간소화 되고 퓨전화 되긴 했어도 웬만하면 생략하지 않는데,
조카 결혼식에서도 내외가 폐백을 드렸다. 청홍색 보자기로 싼 폐백상 위에 신부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색색의 화려한 음식이 놓이고, 곱고 화사한 한복으로 갈아 입은 신혼 부부가
본가, 그러니까 시댁 어른들에게 절을 하고 잔을 올리는 순서가 결혼식 후에 있었다.
28년 전 나도 했는데, 여러 번 절을 하고 아내를 처음 업었던 기억이 난다.^^
구절판에 가지런히 놓인 견과류와 말린 과일은 어른들이 신랑 신부에게 받은 잔을
마실 때 안주가 되고, 시어머니께 드리는 육포 더미는 한결같이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의미와 살림을 잘 못해도 너그러이 봐 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형수님이 우리집에도 보내 주셨는데, 주말 저녁 좋은 간식이 됐다.
폐백의 하이라이트는 새신랑 신부가 하얀 비단을 펼쳐서 시어른들이 덕담과 함께
던져 주는 밤과 대추를 받는 것. 받는 갯수에 따라 희망 성별과 자녀수가 달라지니,
던지는 이나 받는 이들 모두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몇 개를 받았을까? 그건
우리 집안의 비밀이니 독자들께서 알아서 상상하시길.^^ 서방님, 한 잔 받으시와요.
임자도! 합환주에 러브샷까지, 인도자의 지시에 따라 여러 순서가 행해졌다.
사모관대를 한 꼬마 신랑이 족두리를 한 새 색시를 기분 좋게 업어주었다. 일어났다
앉았다 어른들 앞에서 한껏 긴장하다가 둘만의 타임이 서로를 흥겹게 만든 것 같다.
평생 이 순간 같기만! 다 끝난 줄 알았는데, 피날레가 남아 있었다. 둘이 털썩 앉아서
앞쪽으로 발을 쭉 뻗고 한 손씩 옆으로 들어올리게 하더니만, "와! 결혼식과 폐백 모든
어렵고 긴장된 순서 이제 끝났다!"는 환성과 홀가분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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