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중인 제설차
Posted 2015. 3.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십여 년 전 우리 사무실 앞엔 공터가 세 개 있었는데, 요 몇 년 새 오른쪽에 보이는
주민회관(예전 동사무소)과 왼쪽에 보이는 파출소가 들어서면서 이제 하나만 남았다.
그냥 두면 아무래도 쓰레기 하치장처럼 엉망이 될까봐 낮은 연두색 철책을 둘렀는데,
관계자들 것으로 보이는 차 몇 대가 주차돼 있고, 자치단체 짐들이 한쪽에 쌓이면서
대체로 잡풀이 자라고 있어 한산해 보인다.
그러다가 두세 주 전부터 이상한 놈이 하나 나타났다. 눈이 오면 트럭에 연결해
도로 제설 작업에 투입되는 장비인데, 전신 주황색에 몸통은 크지만 다리는 가느다란
새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우스꽝스런 장난감 같은 모양새가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분주했던 올 시즌을 마치고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모양인데,
자리 잡을 만한 데가 마땅치 않았는지 이 공터에 잠시 몸을 의지하는 것 같았다.
커다란 몸통에 담긴 염화칼슘을 트럭이 달리는 방향으로 가로세로 20cm는 족히
되는 커다란 콧구멍으로 분사해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지 않게 하는 장비인데, 이렇게
쉬는 동안엔 다리 길이도 조절할 수 있고, 양쪽에 경광등도 달려 있는 게 한창 작업 중일
때는 볼만 할 것 같았다.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친구들이
있는 다른 동네로 이사갈지 몰라도 있는 동안 점심 때마다 한 번씩 봐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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