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공평
Posted 2015. 4.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하남과 광주가 갈리는 은고개 엄미리 계곡에서 남한산성 벌봉 가는 길에 커다란
참나무 하나 서 있다. 키만 훌쩍 클 뿐 이렇다 할 특징이 없고, 근처에 비슷한 나무들이
많고, 새 잎이 나오려면 아직 멀어 딱히 눈에 띄진 않는데, 그 앞에 있던 작은 나무가
등산로 확보 차원에서 베어져 나가면서 흔적만 남기는 바람에 둘이 대비되면서
갈 때마다 눈에 들어와 안부를 확인한다.
제법 오래 전에 베이고 깎인듯 반질반질해진 나무는 바로 뒤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키 큰 나무와 너무 붙어 있다는 이유와, 길 안쪽으로 조금 들어와 자라는
바람에 오르내리는 데 조금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그만 둘의 운명이 갈리고 말았다.
크기로 봐선 아예 뿌리까지 뽑히거나 밑까지 바짝 잘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가까이 가서 봐도 두 나무가 확연히 대비되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마치 거인과
땅꼬마처럼 확연히 구분되는데, 얼핏 봐선 훅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미미해 보인다.
그런데 재밌는 건 살아남아 위로 쭉 뻗은 키 큰 나무보다 베이고 잘려 형체만 남아
볼품없어 보이는 이 난쟁이 나무가 더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잔인한 공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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