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나무
Posted 2015. 4.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꽃 피는 봄과 함께 나무들도 연녹색 새 잎을 속속 내면서 산길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회색과 갈색이 지배하고 연두색과 초록색으로 덮이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지만, 한 번 찾아온 봄의 기세는 뉘라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다.
초록으로 갈아 입지 않은 나무들은 그 이름을 불러주기가 쉽지 않은데, 남한산성
벌봉 올라가는 등산로 못 미쳐 있는 밭 사이에 자리 잡은 키 큰 나무도 그랬다.
펜스를 두른 농장 안쪽에 있어 가까이 갈 수 없지만 워낙에 큰 키로 주변 나무들
사이로 우뚝해 보였는데, 얼추 30m는 돼 보였다. 24mm 광각으로 겨우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키라면 누구에게 밀리지 않고, 이웃 동네 검단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낙엽송(Larch)일지, 아니면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美柳)라는 뜻에서 이름을
얻은 미루나무 중 하나가 아닐까 대충 추측해 보지만 확실하진 않다.
키도 키지만 이 나무가 눈길을 잡아끈 건, 가지들이 좌우 대칭으로 활짝 펼친
부채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 기둥이 양쪽으로 곧게 뻗어 있어 처음엔
두 그루가 서로 좌우를 맡아 가지를 한 방향씩 내고 있나 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확대해 보니 한 뿌리에서 나온 나무였다. 위로 올라가면서 서로 힘자랑을 하려
엉기기도 하다가 최종 종목은 키로 정한 모양이다.^^
부채 모양을 한 이 나무는 한겨울을 보내고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한
엑스레이 사진 같기도 한데, 지난 겨울엔 큰 기상 이변이 없었던지라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산성 갈 때마다 초입에선 이 나무를 바라보고, 올라가선 벌봉
갈림길 앞에 있는 신갈나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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