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고
Posted 2015. 4.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에 다니면서 이용한 적이 거의 없지만, 힘든 고비를 지나 나오는 넓은 쉼터나
정상엔 막걸리와 하드, 컵라면 등을 파는 이들이 있다. 원래는 허용이 안 되지만,
인정상 그리고 힘들게 올라온 등산객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하기도 해서 지나치게
요란하게 하지 않으면 알아서들 하게끔 암묵적으로 놔두는 것 같다.
두 주 전 이른 아침 팔당 예봉산에 올랐다가 중간쯤 내려오는데, 지게로 물건 박스를
나르는 이가 벤치에 앉아 쉬는 뒷모습이 보였다. 감로주와 신라면 네 박스를 얹은 지게도
벤치에 앉아 쉬게 하고^^, 땀도 식힐 겸 스마트폰을 보는 것 같았다. 모처럼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봐 후다닥 한 장 찍고선 내려왔다.
이마를 질끈 동여맨 수건과 반쯤 비운 물병이 보이지 않는 거친 숨결과 함께 이 일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배낭만 매고 올라가기도 숨이 차는 구간들을, 등짐 지게로
오르는 건 한여름, 한겨울이 아니더라도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력이 붙어 웬만한
등산객보다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겠지만, 힘든 건 힘든 일이다.
산꼭대기까지 물건을 지어 나른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평지 가격에 약간의 웃돈을
붙여 수익을 조금 올릴 수 있겠지만, 대개 주말 이틀 장사에 산이란 게 늘 변화무쌍해서
날씨가 안 좋으면 찾는이들이 부쩍 줄고, 훌쩍 몸만 갔다 내려오는 이들도 많아 공치는
날이 제법 있을 것이다. 재수나 운수 나쁘게도 단속이라도 걸리는 날엔 벌금을 내고
한동안 못하는 경우도 왕왕 생길지 모른다. 그저 행운을 빌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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