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둘레길
Posted 2015. 5.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월초 잠시 어머니를 맡았던 동생이 올라와 어린이날 아침에 잠깐 검단산을 걸었다. 그 전 날 혼자 검단산을 걷다가 괜찮은 코스를 발견했다면서 그리로 이끌었는데, 아무리 산악대장이라지만 손님이 주인을 안내하는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어떤 덴가 했는데, 가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차장 입구에서 유길준 묘소로 가는 메인 등산로에서 얼마 안 가 길가에 자판기가 보이면 오른쪽 샛길로 접어드는 건데, 그러면 바로 길가에선 안 보이던 철탑이 나오고, 십 분 남짓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탁 트인 전망이 나오는 재밌는 길이었다. 스마트폰 고도계로는 2백 미터쯤 되는 높이였다.
잠깐 숨 좀 돌리면 바로 갈랫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다시 오르막길로 조금 더 가면 유길준 묘소를 끼고 올라가는 메인 등산로 계단길과 만나면서 운동기구들이 있는 쉼터(285m)에 도달한다. 오른쪽은 내리막인데,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지면서 현충탑 뒷편을 지나 애니메이션고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메인 등산로 초입이 나와 거기서 내려와 돌아오면 한 시간 정도 훌륭한 산책이 됐다.
하남에 실면서 검단산을 동네 뒷산으로 오르내린 게 근 이십 년인데, 늘상 메인 등산로들로만 다니느라(그래도 애니고, 유길준묘, 산곡초, 아랫배알미 등 네 곳이나 된다) 이런 샛길이 있다는 건 거의 인식하지 못해 왔다. 작은 산이 아니니 이런저런 샛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딱히 진입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데도 주구장창 다니던 길로만 다녔으니 이런 길의 존재를 알 턱이 없었던 게다.
동네산에서 새 길을 알게된 건 마땅히 신기하거니와 강변 산책하듯 아무때나 한 시간 정도 가벼운 등산과 산길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란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요즘 토요일엔 아내와 차로 15분 정도 가서 은고개 엄미리 계곡길로 남한산성 벌봉 다녀오는 게 일과가 됐는데, 이 길은 차를 타지 않아도 되고, 아무때나 생각나면 훌쩍 다녀올 수 있으니 횡재한 것 같다. 검단산 둘레길이라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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