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는 것도 좋은데
Posted 2015. 5. 22.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지난 4월 한 달 동안은 주일예배 메시지가 평소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적지 않은 교회강단에선 조금 거칠게 링컨 식으로 표현하자면
설교자 (혼자만)의, 설교자 (한 사람)에 의한, 설교자 (자신)를 위한 메시지가 전해질
때가 많다. 무슨 큰일 날 소리냐며 펄쩍 뛸 수도 있겠지만, 경험상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닐 듯 싶다.
보통 설교자는 내내 서서 말하고, 회중은 앉아서 시종 듣(기만 하고 속으로는 별의별
생각을 하)는데, 약간 형식만 바꿔도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는 걸 볼 수 있었다. 한 달 간
복음을 주제로 매주 20분씩 두 주제를 다룬 다음 10분씩 초청해 온 이들과 한두 개의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게 하는 방식이었는데(사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전달되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설교자는 20분 말하고 10분씩 두 번 쉬는 형식이었다.
설교자가 말을 쉬고, 회중들이 옆 사람과 대화하는 이 형식은 물론 지인을 초청하지
않아 대화 상대가 없던 나같은 사람에겐 조금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친구를 초대해
대화를 나눈 아내 같은 이들에겐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 돼 보였다. 형식을 깬 파격(破格)은
신선함과 더불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었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듣기만 하는
시간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간으로 아연 활기를 불어넣었다.
물론 이런 기획은 아무 (설교자)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용과 전달 방식, 시간
사용과 사전 홍보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조심스럽게 시도해도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다. 회중들의 협조가 없으면 자칫 뻘쭘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대화의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도 천하의 말쟁이^^가 자기 시간을 할애해
반 템포 늦춘 건 암만 생각해도 잘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