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녀석들
Posted 2015. 9.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토란국에 산적에 각종 전까지 큰집에서 푸짐한 추석 아침상이 끝나면 뒷정리는
형수님과 아내 그리고 제수씨 몫이었다. 모여서 하든 각자 해 오든 전날부터 음식
준비하는 것부터 설거지까지 온통 여성들이 해야만 하는 게 아직까지 대부분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90년대와 2천년대 초반 복상(복음과상황) 필자였던 김두식 교수(경북대)나 박총
원장(신비와 저항) 등이 매우 비합리적인 처사라며 글로 지적하고 변화를 위한 모범을
보여 왔지만, 여전히 개선이 잘 안 되는 명절과 일상 풍경 가운데 하나다. 산더미 같은
명절 설거지를 보면서 다른 건 못해도 이건 도울 수 있겠다, 도와야겠다 싶어 눈치껏
간간이 도와 왔는데, 연초에 작은 조카가 결혼을 하더니 조금 달라졌다.
서열상 지 마누라가 감당해야 한다는 걸 실감한 녀석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형 옆에서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결혼 전엔 아무리 말해도 요리 조리 빠져 나갈 궁리만 하고 생전
설거지의 ㅅ 자도 모른 체 하던 녀석이 그새 달라진 것이다. 오빠들과 새언니와 함께 그릇
정리하던 g와 그 일당들의 뒷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이 있어 못 온 괴산 막내 삼촌한테
카톡으로 보낸다며 뒤돌아보라니까 그 와중에도 미소들을 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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