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꼬투리 튀김
Posted 2015. 9. 29. 06:02,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은고개 엄미리 계곡에서 남한산성 벌봉 가는 한적한 등산로 초입엔 경사진 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규모의 논밭 풍경이 펼쳐진다. 이맘때면 누렇게 익은 벼와 이런저런 밭작물을 볼 수 있는데, 들깨밭도 몇 군데 보인다. 한 달쯤 지나 타작철 토요일에 가면 밭 한가운데서 간혹 부부가 앉아 까맣게 익은 들깨 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깻잎을 좋아하고 들기름 들어간 건 다 좋아하는데, 얼마 전 최불암 선생이 진행하는 TV프로 <한국인의 밥상>에서 추석을 맞는 고부간 풍경 가운데 90세가 넘은 시어머니를 위해 70세 가까운 며느리가 깻잎만 따지 않고 들깨 꼬투리를 따서 튀김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와 흥미롭게 봤다.
들깨가 들어 있는 깨방이 있는 꼬투리는 들깨 농사의 하이라이트로, 깻잎은 따 먹어도 조금 더 두면 돈이 되는데, 시어머니가 그 꼬투리 튀김을 좋아해 아까워하지 않고 뚝뚝 따서 살짝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 드린다는 것이다. 이걸 깨보숭이 튀김이라고도 부르는데, 연로하신 시어머니가 내년에도 드실지 장담할 수 없어 살아 계실 때 종종 해 드린다는 아름다운 휴면 스토리였다.
조금 덜 익긴 했어도 고소한 깨들이 잔뜩 들어 있는 꼬투리를 기름에 튀겨내니 아마 그 고소한 맛에 늙으신 시어머니 입맛이 당겨졌나 보다.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동안 들깨밭을 지날 때면 깻잎만 보였는데, 그 이야기가 떠올라서인지 이번엔 꼬투리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