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남시래기
Posted 2015. 10.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양재역에 있는 교회에 강의하러 갔다가 건물 1층에 있는 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흔치 않은 시래기 국밥집이었는데, 간판과 실내 인테리어가 로고만큼이나 단정하고 깔끔했다. 함께한 이들이 다들 6천원 짜리 시래기국을 시키길래 반신반의하며 같은 걸로 시켰다. 뚝배기에 나온 시래기국은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홈페이지를 보니 집에서 가까운 상일점이 있길래 토요일 저녁에 식구들과 다녀왔다
된장을 풀어 길고 거무튀튀한 시래기를 넣은 국이나 감자탕 같은 데 집어 넣는 집은 봤어도, 이 집처럼 거의 2-3cm 길이로 시래기를 잘게 잘라 넣고 국밥으로 파는 집은 처음 봤다. 간판과 메뉴판 없이 이 국이 나오면 처음부터 시래기국인 줄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강원도 양구 시래기를 쓰고, 생들깨를 갈아 즙을 만들어 넣는다는데 고소하고 전체적으로 순하고 얌전한 맛이었다. 국물도 리필이 된다고 한다.
시래기 뚝배기와 함께 나온 기본찬 세트는 홈이 패인 나무틀에 담겨 나왔는데, 김치, 오징어젓, 맵지 않은 고추 무침이 들어 있었다. 뭐 이 정도면 국밥 한 그릇 훌훌 말아 먹을 수 있는데, 뜻밖에도 다른 네 가지 반찬을 취향과 식성대로 덜어다 먹을 수 있게 한 게 이 집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나처럼 밥보다 반찬을 중시하는 손님들에겐 딱 안성맞춤이었다. 도토리묵, 참나물, 콩나물, 잡채를 원하는 만큼 리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그러니까 반찬이 일곱 가지라는 건데, 이 정도면 대략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나물엔 들기름을 썼는지 고소한 맛에 계속 젓가락이 갔다. 다만 토요일 저녁 때라 손님이 많을 때가 아니어서인지 잡채의 당면이 조금 굳어 있는 게 아쉬웠다.
시래기국 외에 쑥국과 묵밥도 팔며, 수육과 떡갈비 중 하나를 시래기국과 함께 맛볼 수 있는 만원 짜리 정식 메뉴도 있었다. 메뉴판 아래 놓인 그릇들에 반찬이 담겨 있어 자유롭게 양껏 갖다 먹게 해 놓았는데, 다른 밥집들도 이러면 좋겠다. 식사 후엔 달달한 옛날 과자를 한 웅큼 집어다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한 봉지에 3천원 하길래 계산할 때 함께 집어왔다. 상일점은 주차공간이 없어 알아서 주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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