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우탕 안성 안일옥
Posted 2015. 11.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지난 달 말 군산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안성에 들려 80년 됐다는 우탕(牛湯)집 안일옥에서 설렁탕과 수육을 맛봤다. 팟캐스트 <걸신>에서 설렁탕 맛집으로 꼽길래 이름을 기억해 두고 근처 갈 일 있으면 들릴 참이었는데, 동선이 얼추 맞을 것 같아 네비게이션을 보며 찾아갔다. 담벼락이 있는 기와집이었고, 안팎으로 상호를 크게 내걸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오래된 집임을 보여주려는듯 처마와 맞단 상인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옛날 마당에 타일을 깔고 테이블과 의자를 넓직넓직하게 놓았고, 신발을 벗고 마루와 방에도 앉을 수 있는 전통적인 구조였다. 일차로 손님들이 몰려왔다 갔는지, 금요일 늦은 밤이 아닌데도 실내는 규모에 비해 한산한 편이었다.
우탕 전문집답게 소의 각 부위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가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 꼬리곰탕이나 도가니탕, 우족탕도 먹고 싶었지만, 1번 메뉴인 설렁탕 셋과 소머리 수육을 시켰다. 간단한 반찬과 함께 수육이 먼저 나왔는데, 뜨끈하게 먹으라고 심심한 국물이 담긴 철판에 담겨 나왔다. 부추를 썬 간장에 찍어 먹었는데, 부드럽고 살이 많았으며 별로 느끼하지 않았다.
설렁탕은 맑고 고운 국물에 살코기들이 제법 들어 있었다. 막내가 좋아하는 소면은 들어있지 않았는데, 특은 어떤지 몰라도 보통은 국물이 뚝배기의 반울 살짝 넘는 게 양이 많진 않았다. 간은 따로 놓여 있는 굵은 소금으로 했는데, 두어 번 넣어야 할 정도로 짠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하니까 심심하게 먹는 게 좋긴 하다.
오랜 고객으로 짐작되는 이가 기묘년에 오랜 즐거움 끝이 없어라는 뜻을 지닌 장락무극(長樂無極)이란 신년휘호를 남긴 걸 창호지에 붙여 놓았는데, 아마도 최근의 토끼 해였던 2011년에 쓴 것 같다. 홀 여기저기와 카운터 가까운 벽에 그 동안 이 집을 소개한 신문과 잡지 기사들을 스크랩하듯 붙여 놓았는데, 제법 오래 된 기사들 같아 이쯤 되면 원조 맛집으로 손색없어 보였다. 요즘으로 치면 파워 블로거들의 맛집 포스팅이었을 것이다.
열려 있는 방문 사이로 벽면에 이 집의 각오랄까 가오를 표방하는 캐리커처와 다짐을 액자에 걸어 놓은 게 보였다. 설렁탕 백년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인데, 근처에 들릴 일이 생길 때마다 가서 확인해 보겠다.^^ 참, 수육을 안 먹을 땐 조금 더 주고 특설렁탕이나 다른 탕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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