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giving Dinner
Posted 2015. 11.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두 주에 한 번씩 세 가정이 모이는 가정교회 모임이 금요일 저녁 양평 은비네서 있었다. 격의 없는 모임인지라 다른 집들도 그렇듯이 간단한 저녁식사를 예상했는데, 생각지도 않던 푸짐한 Thanksgiving Dinner가 기다리고 있었다. 추수감사절은 몇 주 전에 보냈지만,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10년 가까이 공부하고 귀국해 신학대학에서 가르치는 은비네 식구들이 이맘때면 갖던 추수감사절 만찬을 준비해 가정교회 식구들을 대접한 것이다.
말로는 아직 미국 생활을 기억하는 자기네 식구들 먹으려 간단히 준비한 거라고 했지만, 손님들을 대접하려는 정성과 수고가 상 위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두 달 전에 돌이 지난 늦둥이 셋째와 네 살 된 둘째를 기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런 성찬(盛饌)을 준비했다는 게 고마웠고, 그래서 꼬맹이들 데리고 대형마트 한 번 가기 어려운 형편에서 일일이 인터넷으로 재료를 주문해 차려낸 수고는 더 감동적이었다.
식탁 가득 놓인 음식들 가운데 커다란 통닭이 눈에 띄었는데, 미국에선 칠면조 구이지만 여기선 파는 데가 마땅치 않아 토종닭으로 대체했다는데, 사실 맛은 우리 닭이 더 좋다.^^ 햄과 감자 요리를 비롯해 덜어 먹기 좋은 메뉴들과 크렌베리 잼에 파이도 두 종류나 구워내 배불러 못 먹을 지경이었다. 제자가 선물했다는 아프가니스탄 커피까지 내려 기억에 남을 감사절 만찬이 됐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청년부를 맡아 주일이면 늘 집에 청년들이 북적거렸고, 이맘때면 이십여 명의 청년들이 몰려와 대접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엄두를 못 냈을 거라면서 큰 수고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렇게 손대접을 즐기는 친절과 환대야말로 경축하고 서로 돌아보며 함께 세워가는 공동체의 기초며 윤활유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내년엔 한 가지씩 음식을 해 오자고 하면서 다들 허리띠를 풀고 맛나게 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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