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벨트 찬 바위
Posted 2016. 1.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엊그제 새해 첫 점심산책을 하다가 허리에 벨트 찬 바위를 만났다. 나를 닮아 허리가 홀쭉하진 않았는데^^, 산에 사는 바위답게 한겨울에도 옷을 걸치지 않는 호기(豪氣)를 부리면서도 남다른 패션 감각이 있는지 벨트만 장착하고 있었다. 벨트의 재질은 나무 뿌리였는데, 신기하게도 바위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싸안듯 두르고 있었다.
아마도 땅속에 묻혀 있던 바위까지 촉수를 뻗친 나무 뿌리였을 텐데, 언젠가 등산로를 조성하느라 땅을 파고 다듬으면서 바위가 겉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둘의 애정 행각이 속절없이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가 뿌리를 잡아당긴 건지, 뿌리가 바위 품속을 파고 들며 격렬하게 안긴 건지 구분이 안 됐는데, 온갖 풍상(風霜)에도 흔들리지 않은 둘의 사랑에 경의를 표하며 계속 응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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