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Posted 2016. 1.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작년 마지막날 점심 때 모락산 사인암에 갔다 내려오는데, 중간 중간 새해 산정 해맞이를
알리는 펼침막이 나무들 사이에 내걸려 있었다. 정상 조금 못 미쳐 옛날 모락산성 자리였다는
넓고 평탄한 공간이 나오는데, 게서 이 산이 속해 있는 지자체가 이런저런 순서를 갖는다는
안내였다. 모르긴 해도 선거가 있는 해라 등산을 좋아하는 시민들 외에 단체장들부터 각 당의
예비 후보들도 와서 얼굴을 비추는 등 제법 북적거렸겠다 싶었다.
뉴스에도 많이 나왔지만, 일년 열두 달 매일같이 뜨는 해지만 첫날 뜨는 해는 좀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다들 붉게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다가 바라보는 데 열심이다. 오죽하면 별 상관
없는 이 공간에도 지난 일주일간 성남 해돋이 명소란 검색어로 찾아 온 이들이 백 명 가까이
됐다. 몇 해 전 남한산성에 가서 해돋이를 보려 했던 포스팅의 여파다. 새해 첫날 해를 보며
한 해를 힘차게 출발하고픈 오래된 염원이 만든 풍경일 것이다.
모락산이나 남한산성이 아니더라도 집앞 검단산에 오르면 양평과 두물머리 쪽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어 우리 동네도 꽤나 북적거렸다. 특히나 올해는 첫날이 금요일로
연초 사흘이 연휴였던데다가 날씨도 화창해 다른 때보다 더 신년 해맞이 얘기가 많이 회자된
것 같다. 다리 건너 운길산 중턱에 있는 수종사도 많이 알려진 해돋이 명소인데, 맘만 먹으면
이 중 어디나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겠지만 난 보통 때처럼 잘 자고 편히 쉬었다.
교회 다니는 이들의 풍속 가운데 해맞이 비슷한 걸로는 송구영신 예배란 게 있는데, 섣달
그믐날 밤부터 교회에 모여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맞으면서, 어떤 교회에선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한다고도 한다(20년 전 연말 한 주간 동안 일리노이 대학에서 열린 어바나Urbana 선교대회에
갔을 때도 2만 명 가까이가 떼창을 불렀던 것 같다^^). 우린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아예 갈
생각을 안 하고 조용히 보냈지만, 예전엔 매년 빠짐없이 다녀오곤 했었다.
섣달 마지막날 올랐던 모락산 사인암은 살짝 흩뿌린 눈이 바위를 덮고 있고, 그 위에서
바라보는 안양과 서울 풍경은 조금 흐려 있었다. 맑은 날이면 선명하게 보이는 정면의 관악산
줄기와 왼쪽의 수리산, 오른쪽의 청계산도 형체만 살짝 보일 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산에 오르다 보면 전망이나 풍광이 선명할 때도 있지만 조금 흐릴 때도 있게 마련이다.
올 한 해 펼쳐질 삶도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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