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여행3-안동찜닭
Posted 2015. 12. 1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안동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음식이 안동찜닭이다. 90년대에 광풍처럼 유행하다가 지금은 많이 볼 수 없지만, 여전히 그 간장 베이스의 카라멜맛 나는 달달한 찜닭맛을 못 잊는 이들이 많다. 안동역에서 가까운 중앙시장(구시장)엔 로고까지 갖춘 찜닭 골목이 조성돼 있는데, 골목 좌우로 30여 점포가 성업중이다. 따로 알아온 집이 없이 골목을 걸으며 기분 내키는 집으로 들어갈 요량이었는데, 아내가 행인에게서 김대감집이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안동찜닭 한 마리는 2만5천원을 받는데, 직경이 40cm는 족히 되는 겁나 커다란 접시에 국물에 푹 잠긴 채로 나와 일단 비주얼에서 압도한다. 성인 서너 명이 충분히 먹을만한 양인데, 퍽퍽한 가슴살을 중심으로 한 입 크기로 썰은 닭의 여러 부위와 감자, 당근, 붉은 고추를 기본으로 시금치도 들어간 것 같았다. 물론 이 음식을 유행시킨 일등공신 당면도 푸짐하게 수면 아래 포진하고 있었다.
당면은 아예 냉면처럼 잘라 먹도록 가위를 주는데(난 냉면은 가위를 안 쓴다), 달달한 맛에 후루루룩 흡입하고 이것저것 집어먹다 보면 금세 포만감이 밀려온다. 김치 같은 다른 반찬 없이 치킨 시키면 나오는 무만 주기 때문에 웬만한 닭고기 애호가라도 미친듯이 먹어 치우긴 어려워 보였다. 우리 입맛엔 너무 달았는데, 공기밥 하나를 시켜 무난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안주 겸 식사로 먹는 이들에게 더 환영 받을 만해 보였다.
중고생들도 많이 찾는듯, 벽면 전체가 손님들의 낙서로 범벅이 돼 있었다. 음식 기다리면서, 먹는 중간중간 한두 개씩 읽어 보는 재미가 제법 있었다. 나무의 옹이를 이용해 얼굴을 그린 센스도 보였는데, 주 내용은 일행 이름 쓰기와 맛있다와 왔다 간다와 사랑한다 정도.^^ 어지간히 먹었는지 치킨 러버를 넘어 치킨홀릭에 가까운 막내가 빈 구석을 찾아 볼펜으로 소심하게 자취를 남겼고, 나도 예의상 중간 어디쯤에 두 줄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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