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남겨야지
Posted 2015. 12.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12월 셋째 토요일 오후에 집앞 검단산을 찾았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해 배낭도 안 매고
물 한 통 없이 맨몸에 장갑만 끼고 나섰다. 동네산이라고 너무 여유를 부리는 것 같지만,
두어 주간 눈도 안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아 옷만 두툼하게 입었을 뿐 늦가을
산행을 하는 것 같았다. 보통때완 거꾸로 유길준 묘소 쪽으로 올라 약수터쪽으로 내려왔다.
정상에 올라 온도계 앱을 켜 보니 영상 6도에 고도는 산높이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657m를 표시해 주었다. 생각보다 정확한 무료앱이네.^^ 이런 날은 이렇다 할 사진 찍을
게 없는데, 올라오다가 나무계단에 내린 서리를 배경으로 앞서간 등산객들이 손잡이에 남긴
낙서를 몇 장 찍어 탄소동위원소검사를 해 봤다.^^
네안데르탈인까진 안 가도 꽤 오래된 마인드를 가진 이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게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이곳이 오래 전엔 해저였다는 놀라운 추측을 하게
만든다. 게가 아니라 새를 그린 것일 수도 있겠다. 오른손바닥을 내려찍어 자국을 남긴 작품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는데, 꽤나 정밀하게 공을 들였다. 후대에 이 작품에 영감을 받은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해진 이로는 안중근 의사가 있다.
ㅎㅎ 연말에 뻥이 좀 심했다. 이런 데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작품 스타일은 자기 이름과
연인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쓴 다음 하트 표시나 얼굴을 그리는 건데, JK가 토요일 오후 다른 데
가지 않고 산에 오르다 보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알파벳이 아니라 숫자 사이에 하트 표시를
해 놓으면 갑자기 독해가 어려워지는데, 6월생과 9월생이 사랑을 한다는 겐지, 육씨 성을
가진 이가 구씨 성 가진 이를 사랑한다는 건지 영 감이 안 잡힌다.
서울에서도 부쩍 많이들 찾아오는 산이 되다 보니 산밑엔 유명 아웃도어 의류점들이
수십 곳 경쟁중인데, 글로벌 브랜드 독일 삼선사에서도 수요 측정이나 신제품 개발차 살짝
관계자를 보냈었나 보다. 그러고보니 아디다스 등산화는 못 본 것 같은데, 조만간 런칭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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